이를 계기로 포스코는 지난 5월 5개부문의 쇄신위원회를 꾸렸고, 2개월간의 작업 끝에 16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구조조정분과위는 적자 사업 퇴출을, 책임경영분과위는 투자실패·부실경영 임원의 퇴출을, 인사혁신위는 외부 전문인력 영입을, 거래관행분과위는 100% 경쟁입찰, 100% 기록, 100% 공개 등 3대 100%를, 윤리의식분과위는 금품수수, 횡령, 성희롱, 정보조작 등에 연루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번에 퇴출하는 무관용주의를 채택키로 했다.
이같은 선언은 깨끗하고 투명하고 공명정대했던 창업시절의 그 순수한 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의 결집이다. 박정희·박태준 두 지도자가 포항제철소를 건설할 당시 한국에는 두 가지의 기적이 있었는데, 하나는 한강의 기적이고, 또 하나는 영일만의 기적이었다.
황량한 모래벌판에 한국 최초의 제철소를 세우는 일에 대해 대부분의 정관계 인사들은 반대를 했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포스코 창업정신이었다. 박대통령도 당시 현장에 와 보고 엄두가 나지 않아서 박 사장에게 “임자, 되겠어?”라고 물었다. 많이 어렵다면 지금 그만 두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박사장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며 대통령에게 용기를 주었다.
마침내 쇳물이 흘러나오고 성공 기미가 보이자, 반대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청탁·압력으로 이익을 챙기려 들었다. 이때 나온 것이 대통령이 서명한 `종이마패`였다. 박 사장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전권 위임장`이었고, 그것이 정치외풍을 막아주었으며, 오늘날 세계 최고의 제철소가 되게 한 토대가 됐다. 대일청구권자금은 우리 조상들의 탄식과 선혈이 어린 돈이다. IMF때 많은 지분이 외국인 손으로 넘어갔지만, `포스코 창업정신`만은 훼손되지 않았다.
권오준 회장은 쇄신안 발표에서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경영`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그것이 바로 포스코의 창업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이다. `3대 100%`는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결단이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은 기업윤리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의지이다. 방위산업 비리 부패로 1조원대의 국민혈세가 낭비됐다고 한다. 군(軍)의 비밀주의 때문에 `어둠속의 밀실 거래`가 자행된 탓이다. 포스코의 `투명주의`는 그런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포스코의 창업정신이 영원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