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경찰·소방관의 정신건강

등록일 2015-07-21 02:01 게재일 2015-07-21 19면
스크랩버튼
몸에 난 상처는 약을 바르고 먹어서 고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상담`으로 치유한다. 몸에 난 상처는 눈에 보이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보이지 않으므로 그냥 지나치기 쉽고 환자 자신도 모르는 채 방치하기도 한다. `며느리들의 홧병`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전쟁을 겪은 병사들의 트라우마도 `역전의 용사` `영웅`이란 미화(美化)에 가려지기 쉬운 병이다. 선진국에서는 역전의 용사들의 정신과적 치료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후진국들은 무관심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경찰관과 소방관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걸리기 쉬운 직업군이다. 끔찍한 장면을 보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유혈이 낭자한 살인사건의 현장, 부패가 진행되는 변사체 처리, 흉기를 든 범인과의 대결, 불에 탄 사체 처리, 참혹한 화재의 현장 등 `못 볼 장면`을 여러번 목격해야 하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기 쉬우니 이에 대한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찰관 트라우마 관련 병원은 보라매병원(서울), 부산의료원(부산), 조선대병원(광주), 건양대병원(대전) 등 전국에 4곳밖에 되지 않는다. 대구 경북에는 하나도 없다. 종합병원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기는 하겠지만, 전문화된 트라우마센터는 없는 실정이다. 마음의 상처는 상담으로 치료하는데, 상담 한 건 당 1~2시간이 소요되므로 하루에 4명만이 상담할 수 있으며,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상담해야 하므로 4개의 트라우마센터의 수용능력은 한계점에 이르렀다.

한 경찰관은 사건 현장에 출동했다가 동료 2명이 강도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현장을 목격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증세가 심해져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으며,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는 전문병원에서 상담치료를 받은 후 정상을 회복해 업무에 복귀했다. 이런 사례는 대구 경북지역에도 많을 것인데, 그런 환자들은 부산이나 대전 등지로 가야하는 불편이 있고, 전문병원도 이미 초만원을 이루고 있으니 시의적절한 치료도 어렵다.

경찰은 당초 서울과 경기지역은 2곳, 다른 광역시도에는 1곳씩 경찰트라우마센터를 둔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현재 예산문제로 1년 넘게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김영식 교수는 “외근 경찰관의 경우 본인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지 아닌지 여부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센터를 확대하고, 전체 경찰관을 상대로한 정기적 심리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라우마에 걸리기 쉬운 직업군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정기적으로` 심리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인데, 대구 경북지역은 너무 방심하고 있는 것같다. 정부 차원에서 특별예산을 편성해서라도 경찰·소방관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