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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는 여전히 새고 있다

등록일 2015-08-12 02:01 게재일 2015-08-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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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공공재정 부정 청구 등 방지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보조금, 연구개발비, 보상금 등이 줄줄 새는 재정누수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이나 복지시설이 보육시간을 조작하거나 퇴소 아동이 계속 시설에 다니고 있는 것처럼 조작해 보조금을 횡령하고, 퇴소 아동에게 지급하는 자립정착금을 주지 않았다. 한 요양병원은 진료기록부를 조작해 진료 횟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가로챘다.

인턴사원을 허위로 채용하거나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급여 내역을 부풀린 사례도 있었다. 한 직업학교는 허위로 청년이 취업했다고 신고하거나 위탁 훈련 과정에서 수강생을 허위로 등록해 훈련비를 받아내기도 했다. 한 기업은 수도권에 있는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공장 건물 면적과 기업신용평가 등급을 부풀려 국비와 지방비를 받아냈다.

정부지원을 받아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교수가 보조연구원의 인건비를 횡령하거나 연구과제 비용을 허위로 정산하는 사례도 많았다. 또 도로공사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과 결탁해 과다하게 보상을 받거나 유가보조금을 가로챈 사례도 적발됐고, 운수·제조업체 대표들이 정년규정을 조작해 정년연장 지원금을 받아챙겼다. 범죄자들의 농간에 국민혈세가 새고 있는데, 이를 엄히 처벌할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경북지역에서는 상식밖의 예산낭비 사례가 있다. 군위군 신성면사무소는 2층 건물인데, 노인들에 편의를 준다며 최신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면사무소 2층에서 한 달에 두번 노인대학이 운영되는데, 주민들은 “웬만한 노인들은 2층 가는 걸 힘들어 하지 않는다. 혈세를 함부로 쓰는 것같다”고 했다. 이런 일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군위읍사무소와 부계·소보·우보면 복지회관에서도 엘리베이터 신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우보면 복지회관만 3층이고 모두 2층이다. 이들 6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비용은 5억원이다.

군위군의회 한 의원은 “재정자립도가 11.6%에 불과하고, 무너질 위험이 있는 소하천과 저수지 둑이 재정 부족으로 제때 보수를 못하는데, 2층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의회가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업에 동의했는지 의아하다. 이것 또한 포퓰리즘 행정의 한 단면이다.

안동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남후면 단호샌드파크캠핑장은 홍보와는 다르게 “냉장고는 고장났고, 그늘도 없고, 모래사장으로 나가는 문은 잠겨 있었고, 물놀이시설 역시 5~6명이 들어가도 꽉차는 간이풀장이 전부였다. 선전문구만 믿고 왔다가 휴가 망쳤다”는 비난을 듣는다. 지자체가 이런 거짓말로 외지인을 불러들이면, 이런 시설은 고스란히 예산낭비로 이어진다. 상식 이하의 행정에 대한 응징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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