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놀라운 `사건`이 있었다. 아키히토 일왕이 `전몰자 추도식`에서 “대전(大戰)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외국 언론들은 “일왕은 조용히 아베의 반대편에 섰다” “일왕이 묵시적으로 아베를 비판했다”고 썼다. 일본의 유력 신문들도 아베정권의 태도에 비판적이었다. 일왕은 1991년도부터 아시아 태평양지역 피해국가들을 순방하며 그 나라 국립묘지를 찾아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다짐해왔다. 올해 82세인 그의 `사죄순방`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97세 되는 나카소네 전 총리는 패전 70주년을 맞아 일본언론에 기고문을 냈다. “아시아 전쟁은 잘못된 침략전쟁이었다. 피해민족들이 입은 상처는 100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일본은 아시아의 일원이다. 아시아와의 우호 협력 없이는 일본이 존립할 수 없다.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 민족은 다른 민족의 신뢰도 존경도 받을 수 없다”라고 썼다. 일본 역대 총리 중 제일 미남이고, “나는 한국계 일본인”이라고 공언한 그의 말에는 큰 울림이 있어 우리를 감동시킨다.
2010년 한일합방늑약 100주년 되던 해 `간 나오토` 당시 총리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합병한 것은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했다. “한국이 스스로 합방을 요구했다”는 종래의 태도를 완전히 뒤엎은 발언이었다. 이는 전쟁사죄를 담은 무라야마담화보다 한층 앞선 `한국에 대한 사죄`였다. 이처럼 일본에는 양심 있는 인사들이 많다.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했던 변호사들도 있었고, 일본 극우파들의 협박 속에서도 `위안부와 근로자 강제노역`을 기록하고 말하는 일본인들도 많다. 일본에는 아베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극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 총리는 자주 바뀐다. 내각책임제이기 때문이다. 아베정권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취임 후 3년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와 반성의 뜻`을 말하지 않고 있지만, 그의 `군국주의 회귀`는 심한 반발에 부딪힌다. 생존해 있는 전직 총리들은 한 목소리로 아베를 비난한다. 우리는 이런 우군(友軍)과 손을 잡으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