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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거미술관에 날아든 `솔거의 노래`

등록일 2015-08-28 02:01 게재일 2015-08-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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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거미술관 개관을 시작으로 보다 많은 미술관이 곳곳에 세워져 우리의 유구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맥이 끊어지지 않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지난 21일 경북도와 경주시에 60여년 창작해온 작품과 소장품 830점을 기증한 수묵화의 대가 소산(小山) 박대성(70)화백의 소박한 바람을 듣노라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는 신라인으로 자처하며 경주 남산 자락에서 작업 활동에 매진해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양화가이다. 박 화백은 이번 작품기증에 대해 “6살 때부터 꿔 왔던 꿈을 오늘, 현실로 이뤄져 감격스럽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솔거미술관은 개관 기념 특별전으로 1~5전시관에서 박대성 화백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불국사 설경`을 비롯해`고대의 꽃`이라 할 신라 경주를 소재로 한 작품과 `독도`, `송(松)`, `남산`, `길오양도` 등 50여점을 우선 선별해 전시한다는 것.

박 화백은 이번 개관전에 나온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2천 호 초대형 작품인 `솔거의 노래`를 꼽았다. 박 화백은 어릴적 집안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새들이 진짜 소나무로 착각해 날아들었던` 극사실화가 솔거 이야기가 자기가 화가의 길을 걷게 한 시발점이 됐고, 자신의 인생 자체가 소나무와 함께 살아온 삶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소나무는 나무 중 그리기 어려운 그림이다. 나는 우리 정서를 대변하는 대표적 자연이라 표현한다”고 했다. 박 화백은 또 8m에 이르는 대작인 최신작 `독도`에 대해 “독도에 갔을 때 하늘에 떠있던 구름이 용처럼 보였고 그것에 영감을 받아 독도 위를 용이 감싸고 있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이 손아귀에 일본 국기를 움켜쥐고 있는 것은 일본의 독도야욕을 은유한 것이라고 했다.

박 화백은 6·25 전쟁 때(4세) 고아가 됐고, 왼 팔을 잃고 의지할 데 없는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적막하고 고독한 인생여정 속에서 다행히 그림에 소질이 있어 독학으로 화업을 일궜다. 그 와중에 그는 일생 이름 석자를 내건 `박대성 전시관`을 꿈꿔왔으며, 이번에 그 일을 이룬 것만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박 화백은 이어 “골목마다 쉼터마다 예술품이 넘쳐나는 격조 높은 나라를 만들 때가 됐다”며 “지방 정부가 품격 있는 미술관을 세우고 기업들이 작가들을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선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화백의 당부는 우리의 빈곤한 문화예술계의 현주소를 고발한다. 문화융성시대를 맞아 문화예술이 경제와 함께 발전해야 하지만 아직도 문화예술계는 척박한 토양아래 힘겨워하고 있다.

우리 문화를 아름답게 가꾸고 전하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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