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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혈세가 고위층 쌈짓돈이냐

등록일 2015-09-02 02:01 게재일 2015-09-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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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책정된 특수활동비는 8천800억원이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에 소요되는 경비”이고, 국가 정보기관이 절반 가량을 사용하고, 경찰청, 법무부, 국방부, 청와대 등에도 얼마씩 돌아간다. 이 예산은 영수증조차 필요 없는 `기밀예산`이다. 정보기관이 어디에 어떻게 예산을 썼는지를 밝히는 것은 그 정보기관이 하는 일을 공개하는 것과 같으므로 기밀에 속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국회조차 이 기밀비를 받아쓴다는 것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월 200만원~400만원, 여야 국회 상임위원장이 월 1천만원 안팎의 특수활동비를 받는데, 그 중 일부는 여야 간사들의 용돈으로 나눠지고, 또 일부는 집에 가져가 생활비에 보태거나 자녀 유학비 등에 들어가기도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새정련 의원이 자신들의 입으로 실토한 사실이다.

특수활동비를 국회가 받아쓴다는 것은 문제다. 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논의는 정권 마다 있어왔지만, 결과물은 수십년간 없다. 야당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 야당이 여당 되면 “뭐가 그리 바쁜가” 해서 밍그적거린다. 아무래도 집권여당 쪽에 들어가는 액수가 많고, 야당은 배가 아프고 하니, 둘 사이에 합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그 틈새에서 국민은 분통이 터진다. “국민혈세가 당신들 쌈짓돈이냐” “선거때 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 더니 뭐 하는 짓이냐”고 외쳐봐야 국회의원들은 들은 척 않는다. `조직화되지 않은 국민의 소리`는 별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9년 민간기업에서 시행하는 성과금제를 처음 도입해 경쟁력 제고를 도모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해 공직사회에도 새바람을 불러 일으킬 생각이었다. 중앙부서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4년후 전국 지자체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처음부터 공무원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과잉경쟁에 의한 개인주의 조장과 협력체제 붕괴, 공무원 간의 불협화음, 공직사회의 불화와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유였다. 민간기업의 제도를 정부조직에 접목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오불관언 밀어붙였고, 그 부작용은 곧 나타났으니, 그것이 `성과금 나눠먹기`였다. S등급을 받아 두둑한 성과금을 받은 공무원이 그 돈의 일부를 반납해서 다른 공무원과 나누는 것이다. 이것은 지자체장과 노조 사이에 분쟁을 유발했고, 급기야 정부가 실태조사를 벌이면서 “성과금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공무원 봉급을 올려준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국민들은 또 “국민혈세가 공무원 봉이냐”고 소리친다. “국민이란 선거때만 왕이고, 그 후 노예로 떨어진다”란 말은 명언이다. 비정상을 고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칼날은 이제 이 곳을 겨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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