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는 인구비례에 따라야 하는데, 현재의 선거구는 그렇지 못하므로 `헌법에 불합치하다`란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내리면서 “선거구별 최대·최소 인구 편차를 2대1로 유지하면서 농어촌 지역구를 배려하기 위한”작업이 지금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인구비례로 선거구를 획정하면, 대도시 국회의원 수는 많아지고, 농어촌 의원 수는 줄게 된다. 국회의원 각자가 지역구에 가져가는 국비가 엄청난데, 도시는 더 발전하고 농어촌은 더 낙후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의(大義)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므로 “인구수와 지역의 넓이를 적절히 고려한 선거구”를 정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 일을 전담할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꾸려졌는데, 이 위원회를 정당에 맡겨놓으면 또 당이기주의에 의해 기형적인 결론이 나거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염려가 있으므로, 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위원회를 두었다. 그런데 최근 위원회가 최종안을 발표하자, 예상대로 농어촌지역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한다.
이들은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모임`을 결성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기형적인 선거구 탄생을 방지해야 한다”면서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에 각각 1석 이상의 특별선거구를 채택해 선거구를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특별선거구를 만들면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게 되는데, 의원 수를 300명으로 못박아 둔 상황에서 이 또한 난제중 난제다.
그러나 해법은 있다. 비례대표 수를 줄이면 된다. 사실상 비례대표의 `본래적 취지`는 지금 많이 퇴색됐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국회에 영입해서 더 이상적인 법률을 만들자는 것이 근본취지인데, 지금의 비례대표들을 보면 전문성과는 한참 멀다. `충성스러운 행동대원`, `당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자` 등이 비례대표란 이름으로 국회의원이 돼 있는 것이다. `취지에 어긋나게 뽑힌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면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
선거구 조정은 정치인의 정치생명이 걸린 일이므로 당사자들은 사생결단일 수 밖에 없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0대 총선 6개월 전인 10월 13일까지 확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정개특위의 검토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하는데, 3분의 2이상 반대하면 1차례 재확정을 요구할 수 있고, 2차확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바로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처리된다. 의원의 운명이 결정되는 일이므로 정개특위를 통과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본회의 통과는 더 어려울 것이다. 또 국회는 `전투장`이 될 것이고, 국민은 분통이 터질 것이다.
`권역별 선거구제와 비례대표 늘리기`를 주장하는 새정련 측으로서는 심기가 많이 불편하겠지만, 가장 진통이 적은 대안은 `특별선거구 지정과 비례대표 줄이기`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