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되풀이된 `낯뜨거운 국감`행태는 각양각색이었다. 안전행정위의 행정자치부 국감은 정종섭 장관의 새누리당 연찬회 건배사와 관련한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연일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장면이 연출됐다. 무려 4천 명에 달하는 증인·참고인을 채택하고는 정작 답변은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몰아세우기만 하는 망신주기 국감 장면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법사위의 국방부 군사법원에 대한 국감에서는 육·해·공군참모총장이 참석했지만 4시간 동안 고작 질문 1개를 받고 자리를 떴다. 경찰청장에게 모의 권총을 주고 격발을 요구하는가 하면 피감기관장에게 인격모독적인 공격을 하는 모습도 나왔다. 국감 의제와는 전혀 무관한 황당한 질문을 하고, 감사를 가장한 지역 민원성 발언도 했다. 구태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국회 국정감사법 10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누구든지 국회 상임위가 의결하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민간기업인을 증언대에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민간기업인을 불러 놓고 정작 필요한 질문은 안하고 호통이나 치고 창피주기 군기잡기에 열을 올리는 행태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국회가 기업인들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데 앞장선다는 원성을 들어서는 안된다.
후반 국감도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올해는 특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반년 남짓 남긴 특수한 상황이 부실 국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야 의원 모두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여야 모두 상향식 위주의 공천제도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보니 지역구에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내비치는 게 총선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많다.
국감은 전통적으로 야당의 무대였지만 올해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주류·비주류 간에 극심한 내홍에 휩싸여 김빠진 국감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예년과 달리 뚜렷한 쟁점이 부상하지 못했고, 정부의 큰 실기나 비리를 밝혀낸 사례도 별로 없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도 어김없이 국감무용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해마다 국감이 끝나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지만, 그때 뿐이었다. 국회가 국정감사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