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가까운 임진각과 경북의 동남단 경주 토함산에서 각각 채화된 성화는 포항 영일대 수중누각에 도착해 합화(合火)됐는데, 이는 남북통일을 상징한다. 체전조직위는 이번 대회에 북한의 참여를 유도했으나, 무산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이제 무기를 내려놓고 우정을 나누고 소통하자”해서 시작된 세계군인체육대회였고, 이번 문경대회의 슬로건도 `THE ONE`이다. 남북이 하나 되자는 염원을 담았는데, 북의 인권과 핵무기·미사일이 걸림돌이었다.
영일만과 형산강은 수상경기장으로서 모든 조건을 갖추었고, 호미곶을 품고 있다. 호랑이는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 이는 “한반도 통일에 영일만과 호미곶이 큰 몫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러시아의 석탄이 북한의 나진항을 거쳐 포스코로 들어오고, 동해남부선과 연결되는 동해중부선이 건설되면 이 철도는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철도로 연결돼 유럽으로 갈 것이다. “호랑이는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는 말과 상통한다.
이번 문경군인체전은 성공조짐이 보인다. 개회식 입장권은 일찍 매진됐고, 폐회식 입장권도 60%이상 팔렸다. 개회식에는 122여개국 군인 7천300여명이 정복차림으로 입장하는 특이한 장관도 보여지고, 브랙이글에어쇼, 솔져댄스 등이 펼져진다. KBS1TV가 실시간으로 중계하니, 입장권을 못 산 사람들은 TV중계로 아쉬움을 달래면 되고, 폐회식도 개회식만큼 장엄하기를 기대한다.
이번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는 `알뜰 대회`의 전형을 보여주어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일이 선수촌 조성인데, 문경시는 이 일을 고작 35억원으로 해결했다. 1천300명 선수들이 묵을 아파트 건립예산은 800억원이고, 대회 후 분양하면 되지만, 미분양사태를 두려워한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변통한 방법이 `캐러밴 선수촌`이었다. 4인1실에 11평 규모인데 이는 국제체육대회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지만, 국제군인체육연맹은 `합격판정`을 내렸다. 시는 대회기간 중 캐러밴을 빌려 쓰고, 업체는 이를 판매하는데 이미 예매가 완료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캐러밴 선수촌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레저여행이 유행인 시대에 `돌아다니는 집`이 새 유행을 불러올 듯하다. 여러 모로 이번 대회는 매우 모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