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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잣대`가 균형을 잃으면

등록일 2015-10-05 02:01 게재일 2015-10-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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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실천한 그리스의 `법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든` 모습이다. 신분(身分)을 보지 않고 법대로 판결한다는 뜻이다. 하층민이든 중인이든 귀족이든 구분하지 않고 법의 잣대를 공평하게 대겠다는 의지다. 법을 그렇게 적용하는 법관은 존경을 받는다. `사회정의를 지키는 동량`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법조인들은 존경을 받는가.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한수 부연구위원이 “왜 법원은 재벌에 관대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재벌 피고인은 재벌 아닌 피고인보다 관대한 처벌을 받고, 10대 재벌에 들어가는 그룹은 그 외의 재벌보다 관대한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2000~2007년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인 252명의 자료와 지배주주나 임원의 경제범죄 중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인 배임·횡령·사기 사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52명 중 25%만 실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특히 재벌 총수의 가족이나 임원이 포함된 경우는 더 관대했다. 또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도 재벌 피고인은 복역기간이 비재벌보다 평균 19개월이나 짧았다.

또 10대 재벌 피고인은 다른 재벌보다 더 관대한 처벌을 받았다. 누가 봐도 이것은 `신분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든 법의 정신`에 어긋난다. 물론 엄청난 비용을 들여 `영향력 큰 변호사들`을 대거 동원했으니 그럴 수 있겠지만, `유전무죄·대마불사`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는 없다.

바둑에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기훈이 있지만, 대마에 가일수(加一手)란 말도 있다. 대마는 잘 죽지 않지만 그래도 한 수 보완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은 쉽게 망하지 않지만 그래도 똑똑한 법률가들을 고액의 연봉을 주고 채용해서 법적 안전장치를 해놓아야 안심할 수 있다. 그래서 재벌총수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나는 일이 관행처럼 되자, `3·5법칙`이란 비아냥이 나돌았다. 그래서 “법의 여신도 마음대로 주무르는 돈이 신이다”는 물신(物神)주의 풍조가 우리나라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재벌만이 아니다. 권력자들도 `법의 저울`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법사위 국감에서 두 권력자의 사위와 아들이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김무성 대표 사위 마약사범 판결에 의혹 있다”고 하고, 여당은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면제에 의혹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권력자나 그 가족에 대한 사법처리는 늘 `의혹`을 달고 다닌다. 아무리 공정한 판결을 했다 해도 `권력자란 이유로` 의혹은 항상 제기된다. 사법부가 불신을 받는 나라에서는 의심의 정도가 더 심하다. 법이 바로 서면 외국 투자자들이 온다. 법의 정의는 국가경제를 돕는다. 싱가포르가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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