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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로 뒤덮힌 지자체 축제

등록일 2015-10-09 02:01 게재일 2015-10-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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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69돌 한글날. 충북 영동의 한 퇴직 공무원이 이 고장서 쓰던 옛말과 사투리를 조사해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됐다.

4년 전 영동군청을 퇴직한 김용래(65)씨는 최근 `잊혀져가는 우리 지역의 말·말·말<충북 영동>`이라는 제목의 자료집(장수출판사·64쪽)을 발간했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 36년간 공직생활한 영동의 옛말과 사투리 600여개의 뜻과 활용사례 등을 빼곡하게 담았다. 이 책에는 `데데하다(변변하지 못하다)`, `말코지(벽걸이)`, `처깔하다(문을 굳게 잠가 두다)`처럼 표준말이면서도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옛말과 `까막풀(비탈)`, `새붕개(새우)`, `버랑빠진(넋나간)`, `씨서리(청소)` 등 영동지역 고유의 방언이 들어있다. 경상도 사투리인 `걸그치다(걸리적거리다)`, `바뿌재(보자기)`, `삐까리(낟가리)` 등과 전라도 말인 `겅건이(반찬)`, `꼬래비(꼴찌)`, `찌끄리다(뿌리다)`도 소개됐다. 영동은 민주지산 삼도봉(三道峰·해발 1천176m)을 중심으로 경북 김천, 전북 무주와 접경을 이룬다. 이로 인해 남동쪽(상촌·매곡·추풍령면)은 경상도 말, 남서쪽(학산·양산·용화면)은 전라도 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내 고향의 토속언어를 지키고 연구하는 데 참고자료가 됐으면 좋겠다고 편찬소감을 밝혔다.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과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우리말 사랑 노래인 `노래처럼`을 8일 유튜브((http://is.gd/CKbWgR)에 공개했다. 서 교수는 인터넷과 SNS의 시대를 사는 요즘 비속어나 줄임말 등이 난무해 아름다운 우리말이 파괴되고 있다며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권장하고자 노래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한글사랑을 노래하는 이런 운동이 펼쳐지는 한켠에선 한글의 혼탁과 왜곡현상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지방자치단체가 후원·주최하는 각종 축제와 문화행사 이름에 외래어와 합성어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포항시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포항국제불빛축제`세부 행사는 `Daily 뮤직불꽃쇼` `불빛 버스킹페스티벌` 등으로 구성됐다. 경주시가 매주 금요일 사적 제512호 봉황대고분 특설무대에서 여는 `봉황대 뮤직스퀘어`, 김천시가 주최하는 `김천 직지나이트투어`, 봉화군 은어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에어브러시 패션타투`, 영주시의 대표 축제인 한국선비문화축제 부수행사 `生(생)과 死(사)의 퍼포먼스`, 울진군이 주최한 `워터피아 페스티벌` 등도 축제와 행사 명칭에 외래어를 남용한 사례다.

지방정부가 한글의 왜곡과 혼탁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한글날을 맞아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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