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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문화제와 포항의 재발견

등록일 2015-10-15 02:01 게재일 2015-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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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는 `빛`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영일, 연일, 신광 등등이고,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이어서 정부가 `한민족해맞이광장`으로 지정했고, 정월 초하룻날 해맞이명소가 되고 있으며 `영원의 불`이 그 불씨를 품고 있다. 신라 8대 아달라왕때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일본으로 가 왕과 왕비가 되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는 기사가 `삼국유사`에 있다. “연오랑은 제철 기술자였고, 세오녀는 명주짜는 여인이었다”는 것이 후세 사학자들의 해석이다.`빛의 고장` 포항에서 `일월(日月)문화제`가 만들어진 연유이다.

포항문화원(원장 배용일)은 16일부터 18일까지 해도공원 일대에서 “창조의 빛, 세계로!”란 주제로 제11회 일월문화제를 개최하는데, 15일 시청 대잠홀에서 `제18대 연오랑 세오녀 선발대회`를 한다. 금슬이 좋고 봉사활동을 많이 한 부부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되고, 2년간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또 16일에는 해도공원에서 `제1회 포항민속경연대회`를 연다. 농업·어업·산림 자원이 풍부한 포항이어서 전통문화도 알차다.

포항은 산업도시이고, 선비의 고장이다. 오천읍 문충리는 만고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이 어린 시절을 지냈던 곳이고, 그 전통은 `한시백일장`으로 이어지는데, 전국백일장이 올해 37회째를 맞을 정도이다. 포항은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판하며 벼슬을 버린 충신들이 많이 숨어 살았던 곳이다. 내연산 깊숙한 곳에 시명(時明·밝은 날을 기다림)이란 마을이 있고, 대보면 집신골은 황보 인 영의정의 손자가 숨어 산 곳이고, 대송면 우복(愚伏), 상옥·하옥 깊은 골짜기 등에도 `절의 높은 선비의 기개`가 서려있다.

어떤 사람은 포항을 문화의 불모지대라 하지만, 그것은 산업적 측면만을 본 탓이다. 어촌·해병대 군사도시·철강도시만을 생각하고, 문화적 자산에는 눈이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기면은 우암선생과 다산선생의 유배지였고, 그 분들이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포항 전역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곳이 장기이고, 서원(書院)이 가장 많이 분포된 곳도 그 일대이다. 일월문화제의 문화적 소재(素材)는 무궁무진한데, 다만 그것을 찾아내는 노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일월문화제의 목표가 `전통문화를 찾아내 그 맥을 잇는 일`인 만큼 `숨겨진 보물` 찾기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이번 문화제에서 특기할 것은 포항문예회관에서 열리는 `빛과 철, 기억의 미래-김미현 영일만 고지도 미디어아트전`이다. 실내전시는 18일까지, 실외전시는 22일까지이고, 바다풍경을 특수인화기법으로 처리한 사진 17점도 선보인다. 전통문화를 어떻게 현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치 않은 전시회이다. 이번 문화제는 보고 느낄 것이 많은 `포항의 재발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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