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방식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는 전체 이산가족에게 상봉의 기회를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인원은 13만명 가량이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6만3천명 이상의 신청자들이 상봉을 못한 채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제 남은 신청자는 6만6천명가량이다. 지금처럼 100명 단위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앞으로 660회 이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해야한다. 이산가족들의 응어리진 한을 풀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은 정례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산가족들이 점점 고령화 돼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연령 때문에 가족상봉에서 부모자식과 부부간 상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될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특징중 하나는 예년에 비해 고령자들이 크게 늘어나 휠체어나 구급차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었다. 이산가족 생존자들의 절반 이상이 80세 이상의 고령자여서 이대로 몇년 더 지나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필요성이 없어진다. 이산가족 당사자들이 모두 숨지고 나면 서로 얼굴도 모르는 후손들끼리 만나본들 혈육의 정을 느낄 수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상시적으로 면회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북한 이산가족 상봉단장인 리충복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도 이번 상봉 행사가 끝나면 상시 접촉과 편지교환 등의 문제를 우리 측과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이산가족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는 뜻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화상상봉이나 자유로운 서신 교환, 성묘 방북 등 다양한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이제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마무리 되었으니 정부는 남북 당국회담을 다시 제의해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줄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북한도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가 끝났으니 더 이상 바쁘다는 핑계로 `8·25`합의를 거부해선 안 된다. 이는 지난 8월 고위 당국자 접촉 당시 합의 사항이다. 당국회담을 하루빨리 열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그 자리에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나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문제 등도 자연스럽게 논의해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줄 통큰 합의가 도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