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자식 때문에 조상이 욕을 본다는 자책이다. 우리나라의 체질속에는 공자의 가르침이 깊숙이 스며 있다.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고, 이름을 드높여 부모를 현창하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라는 교훈이 우리의 정신속에 배어 있는데, `자식이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은 불효`라는 자탄이다.
일제때 일부 인사들은 북간도나 상해로 망명했고, 대다수는 국내에 남아 `위장친일`을 하며 몰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일반 서민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복종할 뿐이었고, 지식인이나 기업인들은 `드러나지 않은 저항`으로 버티어나갔다. 일제는 유명인사들을 내세워 선전·선동에 이용했는데, 춘원 이광수나 해촌 김용주 같은 이들이 많이 이용을 당했다. 여기에 동원된 언론이 `일본 기관지`였는데 `매일신보`가 대표적이었다. 그 신문은 “해촌이 황군에게 위문편지를 보내자 제안했고, 전투기 기증운동을 주도했다”고 썼지만, 그것에 대해 김 대표는 “본인의 의사에 관계 없이 기사와 광고가 많이 나갔다” 면서, 민족지인 동아·조선의 기사를 보라고 했다.
독립운동자금을 대준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할 일이므로 `증거`가 없다. `영수증`을 받고 지원금을 건네주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으니, 겉으로 드러난 `친일행각`만 신문에 보도될 뿐이었다. 그러나 `사립학교`를 설립하는 일만은 `민족정신 계몽`과 `일제의 문화정책`에 다 부합하므로, 재산을 가진 우국지사들은 학교를 지었다.
해촌의 애국행보는 뚜렷한 것이 많다. 야학을 지도하다가 직장에서 쫓겨난 일, 사업을 벌이면서 상호를 `삼일상회`로 한 일, 돈을 벌어 그 절반을 떼내 영흥초등학교를 설립한 일, 6·25때 문화재를 포격으로부터 살려낸 일, 일제에 비협조적이란 이유로 `총살1호`가 된 일 등등인데, 이번 역사교과서 논쟁에서 난데 없이 김 대표 조상까지 정쟁에 휘말리게 됐다. `족보캐기`에 돌입하면 어느 누가 무사하겠는가. 공(功)은 감춰지고 과(過)만 부각시키면, 성인군자가 아닌 한 비난거리는 있기 마련이다. 여당에서는 문재인 새정연 대표의 조상을 캐고 있는데, 친북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정치판이 아무리 추잡스러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족보를 들추어 조상을 욕보이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쟁이 그 선까지 넘어가면 국민은 등을 돌린다. 야당이 이번 10·28 재보선에서 참패한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