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은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 간 정상회담 이후 3년 5개월여 만에 우여곡절끝에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이자 두 정상의 첫 양자회담이었다. 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컸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모종의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한일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결과는 실망스럽다. 아베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의 말 한마디 없었다. 당초 예정됐던 시간을 30분 넘겨 1시간 이상 단독 회담을 가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 진행해온 한일 국장급 위안부 문제 협의를 계속해 조기에 타결되도록 노력한다는 합의에 그쳤다.
아베 총리는 과거사 문제가 나올때 마다 “미래지향의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는데 있어 미래 세대에게 장해를 남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만 보자는 얘기다. 하지만 과거 없는 현재란 있을수 없다. 우리가 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식민통치에 대한 사과를 언급하는 것 역시 한일간에 과거사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새로운 미래 협력을 모색해 가자는 취지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미래를 언급하는 것은 “왜 자꾸 한국은 과거만 갖고 물고 늘어지느냐”는 뉘앙스가 짙었다. 그러면서도 아베 총리가 끈질기게 한일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의한 것은 한미일 안보 동맹을 위해 한일 관계를 잘 풀어가라는 미국측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정상회 선행조건으로 내걸었던 박 대통령이 일본의 별다른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수용한 것 역시 한미 동맹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양쪽 모두 등떠밀려 나온 정상회담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어쨌든 양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위안부 문제를 직접 논의한 사실 자체는 평가할만 하다. 그리고 그간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해 온 아베 총리가 `조기 타결`을 언급한 것은 위안부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안보와 경제 분야의 협력을 강화시켜 나가는데 서로 공감한 것은 양국 관계 정상화에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아무쪼록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상 가속화에 합의한 만큼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연내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