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월대 발굴사업에 한국이 기술적·재정적 협력을 한 일이나, `겨레말큰사전`편찬 작업에 남북의 언어학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일이나, 모두 “학술, 체육, 문화 등 민족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남북교류는 가급적 승인한다”는 통일부의 방침에 따라 남북 민간교류도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통일준비`에 공을 들이는데, 이런 일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남북간에 `혁명적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고 `천천히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위원장 나경원)소속 의원 22명과 수행원 등 58명이 2일 대거 개성 만월대 발굴 현장을 시찰했다. 방북단은 만월대와 함께 고려성균관(경공업 전문가 양성 종합대학)과 민속여관, 왕건릉 등을 돌아보고 당일 돌아왔다. 국회 외통위 차원의 방북은 2013년 10월 개성공단 방문이 처음이었는데, 개성공단 이외의 지역을 돌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25합의에 의해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됐고, 그 유화적 분위기를 타고 이번 외통위의 방북도 이뤄진 것이란 점에서 의미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때 외통위는 국감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방문을 요청했으나, 북측은 우리 국회의 `북한인권법 추진`을 문제 삼으면서 거부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북측이 개성공단 뿐 아니라 다른 지역 방문까지 별 다른 이의 없이 수용한 것은 `상당한 변화`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권문제`에 관한 한 변함 없이 발작적이다. 최근 유엔이 북한 인권문제를 ICC(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북은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 탈북 작가들과 한국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묶은 창작집이 발간됐다. 꽃제비들의 이야기, 탈북과정에서 겪은 `상상을 초월한 고초`, `도서수집광`인 남편의 책들을 아내가 몰래 훔쳐내 장마당에 팔고 양식을 사 연명한 이야기, 제주도에 가서 어부가 되고 해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남녀 꽃제비가 독초를 잘못 먹고 죽는 이야기, 밤마다 발가벗겨 매를 맞는 악몽에 시달리는 탈북민 이야기 등등 남북의 작가들이 `북한 인권을 다룬` 창작집이다.
이런 작품집은 물론 북으로 들어갈 것인데, 아무쪼록 이 피맺힌 이야기들이 북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