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 경주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8일 장관직 사퇴의사를 공식 표명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정 장관은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총선 출마설에 대해 묻자 “그것을 포함해 신중하게 생각해보겠다”고 말해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행자부의 전신인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취임해 근무해왔다.
사실 지역정가에서도 정 장관의 총선출마설은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문제는 정 장관이 그런 얘기들이 나올 때마다 강하게 부인해 왔다는 점이다.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7월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출마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소설 같은 이야기 자꾸 한다”고 일축했다. 또 지난 8월 25일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만찬 건배사로 “`총선`이라고 하면 `필승`을 외쳐달라”고 말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총선 출마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장관이 총선 출마를 시사하며 사의를 표명하자 “건배사 사과 당시에는 총선 출마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놓고 이제 와서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야당 지적대로 정 장관은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말을 바꾼 셈이 됐다. 장관이 총선 출마 의사를 미리 밝히게 되면 부처 장악력이 떨어져 일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씁쓸한 대목이다. 한 나라의 장관이 거취를 묻는 질문에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상황을 자초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총선을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그리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국회의원으로서 장관에 발탁됐다가 사퇴하고 국회로 돌아갔다. 정부에 남아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국회로 복귀해 총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법대학장을 지낸 학자로서 행정관료 최고봉인 장관직을 수행한 그가 왜 이런 자충수를 뒀는 지 알수없다.
통상 정치인 출신 장관은 장점이 적지않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검증된 점이나 국가 현안을 정무적으로 판단하는 능력 등이 그것이다. 현행 헌법도 국회의원의 입각을 제한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차기 선거에 나갈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을 장관으로 앉히는 것은 당사자에게 경력 하나 달아주는 결과가 될뿐 국정 전반에는 도움이 되지않을 것이다. 이번 일을 타산지석 삼아 박근혜 정부는 장관직을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생각하고 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을 발탁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