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1대1이 아니라 `多국가간 협정`이기 때문이다. 태평양 연안 국가들 중에는 `쌀대국`이 많다. 중국, 미국, 호주 외에도 태국, 베트남 등은 `쌀 2모작 국가`들이어서 `쌀시장 개방`을 고집한다. 이런 여러 나라들의 개방압력을 막아낼 수 있겠는가.
쌀시장에 관한 한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은 TPP가 발효되자 `쌀개방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매년 적지 않은 쌀을 수입하고 있다. 한국이 TPP에 가입해서 그렇게 되면, 민란 수준의 농민시위가 벌어질 것이고, 정치권이 크게 요동칠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달 6일 “TPP 가입을 결정할 때 쌀시장은 지속적으로 보호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도 있지만, TPP 협정 문안에 의하면, 다자 간 협정에서 한국이 그동안 썼던 전략이 먹히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지금 우리나라 쌀 재고 문제는 `고민` 수준을 넘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풍년이 무섭고 싫다”란 소리가 농담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FTA 체결 국가들로부터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은 매년 40만t이나 된다. 쌀 소비는 줄어들고 재고는 늘어나니 그 재고쌀 보관비가 연간 4천300억원이나 된다. 전국 양곡창고 3천900곳에 나눠 보관하는데, 10만t 당 316억원이 든다. 물론 국민혈세다. 쌀소비 촉진을 위해 쌀국수, 누룽지, 쌀건빵 등을 만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영양학자들을 동원해서 `쌀의 효능`을 선전하고, 애국심에 호소하지만, 그것도 광고비가 드는 일이라, 그리 적극적이지 못하다.
대북지원이 그 중 좋은 선택이지만, 북의 계속적인 도발로 인해 5·24조치가 취해지면서 그것도 중단됐다. `달라는대로 주지 않으면 도발하는 그 못된 버릇`과 `주어도 도발하고 안 주어도 도발하는 그 악습`을 그대로 두고는 어떤 지원도 `밑빠진 독에 불 붓기`란 것을 체득한 마당에 `대북 쌀지원`은 나쁜 버릇만 계속 키워 줄 뿐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쌀농사를 짓지 않고 농지를 놀리면 휴경지 지원금을 주는`기상천외한 정책까지 쓰기에 이르렀다.
쌀재배 면적을 대폭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있지만, 혹시 악성 흉년이 들 경우를 대비해 `안전선`을 지켜야 하니 그것도 온전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대북 쌀지원인데, 먼저 북한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 또한 한국의 TPP 가입은 심사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