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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자살률이 높은 이유

등록일 2015-11-23 02:01 게재일 2015-1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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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동에서 한국 기자를 만난 북한 주민이 “한국이 잘 사는 것은 아는데, 왜 자살자가 그리 많은가”라고 물었다. 정확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사는 형편과 자살은 관계 없다” 든가 “스위스는 잘 사는 나라지만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라는 답변으로는 부족하다. 월급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일하기를 싫어한다는 노동역(逆)곡선 이론도 있고, 삶이 너무 단조로우면 자살을 낭만적으로 생각한다는 이론도 있지만, 그것이 한국적 현실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유를 잘 `진단`해야 정확한 `처방`이 나온다. 한국 노인들은 빚이 많다. 자식들 때문에 진 빚이다. 학비에, 결혼자금에, 집 마련에,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한다. 그러니 노후를 위한 준비가 소홀하다. 퇴직금이나 연금을 `자식 사업자금`으로 날린 경우도 많다. “안 주면 맞아죽고, 적게 주면 졸려 죽고, 다 주면 굶어죽는다”는 말이 우스개소리 같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돈때문에 자식에게 살해당한 부모`에 관한 기사가 수시로 나온다. `자식 리스크`가 한국에는 유난히 크다.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까지만 부모가 학비를 대준다. 그 이상은 알아서 하라”며 매정하게 선을 긋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선`이 없다. 그래서 노인들은 `빚`에 눌리고 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택한다. 정부가 출산 장려와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교육비 줄이기와 노동개혁에 정책의 중심을 두는 이유도 `부채의 고령화`를 막기 위함이다.

노인의 건강문제도 자살률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취직 못한 캥거루족 자식`과 과중한 부채 때문에 늘 걱정에 싸이다 보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한국이 자살률에서 세계 1위인 반면 우울증 치료제 복용은 OECD 국가중 최하위이다. 한국에서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 자체가 `치명적 약점`이 된다. `좀 이상한 사람` `온전치 못한 사람`으로 취급돼 따돌림을 당할 수 있으니, 우울증이라는 자각이 들어도 정신과에 가기 싫어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노인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우울증 치료제에 대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약을 오래 먹으면 치매에 잘 걸릴 것이고, 몸에도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탁월한 우울증 약이 많이 나와 있다”고 말한다. 마음의 병은 마음으로 고쳐야지 약으로 고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울증을 키워서 자살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한국에는 유난히 많다. 우울증 치료제 처방은 극히 적으면서 항생제 처방이 많은 것도 문제다. 항생제 과용은 수퍼박테리아를 키워 폐렴을 치료할 수 없게 만든다. 호흡곤란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하는 노인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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