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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상(國喪) 중에도 싸우는 정치권

등록일 2015-11-26 02:01 게재일 2015-1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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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은 국상 중 정쟁을 중지하기로 했다. 온 국민이 조기(弔旗)를 내걸고 있는데 그 보기 싫은 정치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고인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상주 역할을 했고, 원유철 원내대표는 “조문기간 동안 애도의 마음으로 내부나 외부 정쟁을 자제키로 했다”고 밝히면서, 다만 한·중 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 합의체 가동과 노동개혁5법,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새정련도 당의 공식일정을 최소화하며, 애도 분위기속에서 당내 정치현안인 `문·안·박 공동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계파간 내홍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쟁을 자제하자”는 여야 간 다짐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문재인 새정련 대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독재를 찬양하면서도, 독재와 맞섰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을 자임하는 이율배반적 정치를 하고 있다”고 독화살을 쏘았다.

문 대표는 주승용 최고위원이 대독한 발언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그 어떤 형태의 독재와도 타협하지 않은 진정한 민주주의자였다”고 하고, 광화문시위 진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병세가 위독할 무렵 대화가 불가능해 필담을 했는데, 그 때 쓴 글귀가 `통합 화합`이었다. 그것이 `김영삼 정치철학`의 결론이었다. 정치권은 그 말에 깊이 감동하면서 국상이 끝날때까지 정쟁을 자제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말부조`에 불과했다.

“YS는 그 어떤 형태의 독재와도 타협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정치사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YS는 1990년 노태우·김종필 등 군사정권 핵심들과 손을 잡고 `3당 합당`을 하면서, 민주화투쟁의 동지였던 DJ와 결별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결행할 수 있어야 함을 보여준 일이었다. 이때 YS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DJ는 이를 `배신`이라며 맹비난했다. `독재와의 타협`으로 본 것이다.

예로부터 국상중에는 모든 정쟁을 중지하는 것이 기본적 예의였다. 피 터지는 당파싸움도 중지하고, 죄수에 대한 재판도 뒤로 미루고, 이웃간의 이해다툼도 그쳤다. 그것은 국가 최고지도자의 서거에 대한 당연한 예우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권은 그 `인간의 기초적인 예의` 조차 팽개친다. 실로 `중단 없는 정쟁`이 우리나라 `정치체질`인 모양이나, 그것은 민심의 향방을 전혀 모르는 어리석음이다.

야당은 “독재정치의 회귀를 보고 있다”고 했는데, 무법천지로 만들어 나라가 흔들리면 누가 웃겠는가.

`통합과 화합`의 유지(遺志)와 민심에 역행하는 정치행태를 보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말한 “정치는 4류”란 말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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