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련도 당의 공식일정을 최소화하며, 애도 분위기속에서 당내 정치현안인 `문·안·박 공동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계파간 내홍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쟁을 자제하자”는 여야 간 다짐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문재인 새정련 대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독재를 찬양하면서도, 독재와 맞섰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을 자임하는 이율배반적 정치를 하고 있다”고 독화살을 쏘았다.
문 대표는 주승용 최고위원이 대독한 발언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그 어떤 형태의 독재와도 타협하지 않은 진정한 민주주의자였다”고 하고, 광화문시위 진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병세가 위독할 무렵 대화가 불가능해 필담을 했는데, 그 때 쓴 글귀가 `통합 화합`이었다. 그것이 `김영삼 정치철학`의 결론이었다. 정치권은 그 말에 깊이 감동하면서 국상이 끝날때까지 정쟁을 자제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말부조`에 불과했다.
“YS는 그 어떤 형태의 독재와도 타협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정치사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YS는 1990년 노태우·김종필 등 군사정권 핵심들과 손을 잡고 `3당 합당`을 하면서, 민주화투쟁의 동지였던 DJ와 결별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결행할 수 있어야 함을 보여준 일이었다. 이때 YS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DJ는 이를 `배신`이라며 맹비난했다. `독재와의 타협`으로 본 것이다.
예로부터 국상중에는 모든 정쟁을 중지하는 것이 기본적 예의였다. 피 터지는 당파싸움도 중지하고, 죄수에 대한 재판도 뒤로 미루고, 이웃간의 이해다툼도 그쳤다. 그것은 국가 최고지도자의 서거에 대한 당연한 예우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권은 그 `인간의 기초적인 예의` 조차 팽개친다. 실로 `중단 없는 정쟁`이 우리나라 `정치체질`인 모양이나, 그것은 민심의 향방을 전혀 모르는 어리석음이다.
야당은 “독재정치의 회귀를 보고 있다”고 했는데, 무법천지로 만들어 나라가 흔들리면 누가 웃겠는가.
`통합과 화합`의 유지(遺志)와 민심에 역행하는 정치행태를 보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말한 “정치는 4류”란 말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