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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국가비상 상황`이다

등록일 2015-12-17 02:01 게재일 2015-1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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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법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길이 있다. 매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천재지변이 있을 때` `국가 비상사태일때` `여야가 합의할 경우` 등이다. 예산안의 경우 `12월 2일 자동통과`라는 국회법이 있는 것과 같이, 중요하고 화급한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발목잡혀 있을 때 실기(失期)하지 않기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제도를 만들었다. 정부·여당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세력들의 방해를 피해 갈 `작은 숨구멍`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 획정안`의 연내 국회처리가 무산되면 “그게 입법 비상사태가 될 것”이라 하고, 직권상정을 적극 검토할 사안이라며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만은 의장이 액션을 취할 수 있는 것”이라 강조했고, 의장실 측은 “늦어도 16일에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 했다. 의장이 제시한 기준에 따른 선거구 획정안은 현행 선거구(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원들이나 의원을 꿈꾸는 정치신인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이나,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2법과 노동개혁 5법, 테러방지법 등이 더 중요하다. “국왕은 나라를 걱정하고, 신하들은 가문을 더 생각한다”란 말이 있다. 조선 말기 세도정치를 경험한 사관(史官)들의 말이다. 대통령은 민생 관련 법과 국가안보 관련 법의 처리를 애타게 호소하는데, 국회의장은 국회의원들의 이해에 관련된 법안만 `국회의장 직권상정의 대상`으로 삼는다.

지금은 분명 `국가비상` 상황이다. 야당은 `이혼파동`으로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를 할 겨를이 없다. 당에 금이 가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총선이 걱정이라, 평소 반대하던 법안들을 처리할 마음이 더 없을 것이다. `국회 비상사태`는 `국가 비상사태`로 이어진다. 국회가 정상가동될 때도 여야는 항상 갈등했는데, 야당 분당 상황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회가 경제활성화 법안과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법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내부 문제에만 매몰되는 것은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는 것”이라 했고, “서비스산업 인프라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이 왜, 누구를 위해 오래 방치돼야 하는가. 의료분야가 왜 지원 및 혜택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원샷법`의 경우,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면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그 후에는 백약이 무효다. 또 테러방지법은 IS의 위협이 코앞에 닥친 지금 화급히 처리해야 할 법이다.

민생이 위기이고, 국가안보가 걱정인 비상사태에서, `선거구 획정안`만 직권상정의 대상으로 보는 국회의장의 상황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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