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는 16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연준이 제로금리를 종료한 것은 경제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부른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은 무려 4조5천억 달러를 풀어 경기 부양을 계속했고, 이제 돈 풀기를 멈춰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경제 여건 호전으로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큰 틀에서 글로벌 경제에는 좋은 소식이다. 중국 경제가 침체분위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미국의 회복은 다행스럽다. 문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타격을 입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터키,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들이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보통 국제유가를 하락시킨다. 신흥국들 대부분은 원자재 수출이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의 지표인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이들 국가들의 수입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또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급격한 글로벌 투자 자금 유출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은 3조5천억 달러에 달한다. 국가와 민간의 달러 부채가 많은 경우 원리금 부담이 커져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이미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충실한데다 단기외채가 줄고, 무역 흑자폭도 커 미국이 급속하게 금리를 올리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신흥국의 자금유출로 세계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일 경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연내 1천2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계부채다.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도 우리의 주요 시장인 신흥국이 흔들릴 경우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의 주력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하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흥국까지 막히면 내년 수출 감소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제품 등의 수출 품목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철강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건설 업종과 철강 업계도 비상이다. 달러화 중심의 외화차입금이 많은 항공·해운업계도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수출 차질과 환율 변동 등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