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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울어지고 찌그러지는 총선 운동장

등록일 2016-01-05 02:01 게재일 2016-01-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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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해 10월 말 헌법재판소가 내린 현행 선거구 인구비율 적용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은 해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성`이 지적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헌재의 판결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이성으로 판단할 때 피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헌재의 판결 이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이 2016년 20대 총선 직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안 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정말 그럴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역대 최악의 반열에 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19대 국회는 역시나 예감대로 하고 있다.

제아무리 많은 비난이 쏟아져도 꿈쩍도 하지 않고, 1년 하고도 2개월 동안을 회의만 줄기차게 열 뿐 국회는 매번 공탕만 치는 `배 째라 식` 늑장을 부려왔다. 2016년 새해로 넘어오면서 급기야는 `선거구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가 왔는데도 정치권의 긴장감은 그저 희미할 따름이다. 이제 국민들은 다 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그들이 총선판에서 누리는 달콤한 기득권 맛에 취해 한껏 느긋해지는 이치를 모두 꿰고 있다. 그러구러 현역 국회의원들이 배짱을 늘려 부리고 있을 동안 죽어나는 것은 정치신인들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을러대던 직권상정도 사실상 물 카드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4·13 총선 선거구획정안의 8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현역의원들은 의정보고서다 뭐다 해서 득표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사이에 손발이 꽁꽁 묶여 약이 바짝 오른 전국의 예비후보들이 법원을 찾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그게 아니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전하고 있던 그들은 더 기울어진 선거판을 못 견디고 현역의원들을 상대로 `의정보고서 발송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거나 국회를 피고로 하는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내고 있다.

공천 룰을 놓고 좀처럼 계파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총선 판을 찌그러트리는 새누리당의 행태도 눈살 찌푸리게 한다. 정치신인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서부터 신인에게 주는 가점을 결선투표에서도 주느냐 마느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파 세력의 유·불리를 계산한 안면몰수의 기싸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을까.

민낯을 다 드러내놓고 속옷 바람으로 권력의 대로를 질주해가는 정치인들의 언죽번죽이 참 기이하다. 선거구 획정 문제를 이해당사자들인 국회의원들이 최종 결정하는 구조가 정말 괜찮은 것인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라는 일부의 날선 지적에 대해서 국민들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도를 넘는 `불공정`에 유권자들이 아주 손사래를 치는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여야 정치권은 하루 빨리 답을 내야 할 것이다. 선수가 페어플레이하지 않는 경기에서 관람객들은 모두 떠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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