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분립은 입법ㆍ행정ㆍ사법으로 국가권력을 나누어 각각의 기관에 분담케 한 다음,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시킴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도록 하는 통치조직 원리다. 1787년 미국연방헌법에서 최초로 도입되었고, 이후 1791년 프랑스헌법 등이 채택한 바 있다. 우리 헌법도 3권 분립을 헌법적 원리로 받아들여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의장이 새해 벽두부터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어 어두운 경제전망 등으로 가뜩이나 우울한 정초 민심에 먹구름을 덧씌우고 있다. 양측은 쟁점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드러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정 의장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이병기 청와대비서실장과 나눈 대화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비롯됐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후 국회로 돌아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실장에게 한 자신의 발언내용을 밝혔다. 정 의장은 “경제(쟁점)법안과 지금 선거구획정 문제는 완전한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걸 연계해서 추진하는 것은 안 된다”며 “그걸 (청와대에서) 잘 검토해서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해 달라”는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의장을 원색 비난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의장이 신년 인사회 막바지에 20초 정도 혼잣말처럼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기자들에게 바로 공개한 것을 보면 결국 정 의장이 언론 플레이와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국회의장 간의 충돌은 이미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기간인 지난달 중순 민생법안 직권상정을 놓고 노정된 바 있다. 대통령의 거듭된 비판과 청와대의 노동 5법 등 쟁점법안 직권상정 강청에도 불구하고 정 의장은 “직권상정은 국가비상사태에나 가능한데 지금 경제상황을 그렇게 볼 수 없다”며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상호견제와 균형유지`라는 3권 분립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입법기관과 행정기관이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입법기능 마비로 국정운영 길이 막혀 발을 동동 구르는 행정수반의 애타는 심정을 야멸치게 외면하는 듯한 국회의장의 언행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입법부 수장의 권위를 깔아뭉개는 듯한 청와대 측의 모난 언급들도 온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서로 앙앙불락하는 양측의 모습은 국사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수장들끼리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모습으로 비쳐질 위험성마저 있다. 역겨운 잡음을 견뎌야 하는 국민들을 정말 배려한다면, 조용히 이견을 줄이고 합심하여 신속하게 해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