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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놀부행태, 해도 너무 한다

등록일 2016-01-14 02:01 게재일 2016-01-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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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놀부전은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성장과정에서 선악개념을 의식화하는 주요한 스토리텔링 소재 중 하나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독차지하고도 착한 동생 흥부를 홀대하고 핍박하는 고약한 형 놀부의 악행은 치를 떨게 한다. 불난 데 부채질하기, 우는 아기 똥 먹이기, 빚값으로 계집 뺏기, 아이 밴 계집 배 차기, 우물 밑에 똥 누기, 논두렁에 구멍 뚫기, 애호박에 말뚝 박기, 곱사등이 엎어놓고 밟기, 옹기장수 작대기 치기… 판소리 공연에서 걸쭉한 입담에 실려 풍자되는 온갖 심술들을 듣노라면 눈물겨운 고소(苦笑)를 견딜 수가 없게 된다.

이달 말부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공영주차장의 부가가치세 징수를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가뜩이나 가난한 아우를 수탈하는 고약한 놀부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13일 기획재정부가 이달 말부터 부가가치세법 개정 시행령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확인함에 따라 지자체는 꼼짝없이 공영주차장 수입의 10%를 납부해야 할 판이다. 지자체의 공영주차장 수입은 주차장 추가조성과 운영에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회계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중앙정부가 부가세 징수를 강행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다. 전국 17개 시·도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개정 시행령을 전면 재검토해달라`는 공동 건의안을 입법예고 종료일인 15일까지 기재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가 전날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1월까지 전년(2014년)보다 17조원의 세금을 더 걷어, 재정적자 증가추세가 둔화된 상황이다. 작년 1~11월 국세수입은 206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189조4천억원)보다 16조8천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한 해 동안 걷기로 한 목표 금액 가운데 실제로 걷은 세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세수진도율 역시 전년보다 8.1%포인트가 상승한 95.6%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가뜩이나 세수구조가 열악한 지자체의 공영주차장에까지 정부가 끝내 세금을 징수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중앙집권적 권력구조가 얼마나 완고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자체 공영주차장은 원도심 등 주차난 해소에 필요한 지역에 정책적으로 조성·운영되는 공공재로서 민간 주차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자체의 특수목적 수입마저도 국가재정 확충에 사용한다면 지역의 주차난 가중과 주차장 추가 조성사업 차질 등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뻔하다. 지방자치 시행 20주년을 넘겼음에도 공무원들의 중앙집권적 의식은 추호도 바뀌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1일 차관회의와 26일 국무회의에서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부가가치세법 개정 시행령에 대해 과감하게 새로운 결심을 해주기 바란다.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세목을 늘리려고 하는 분별력을 상실한 중앙정부의 행태는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분명한 역주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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