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목표액이 124억9천만원인 경북공동모금회의 경우 현재 108억6천300만원을 달성해 목표에 16억2천700만원이 부족한 상태이고, 대구공동모금회도 목표액 69억5천만 원 중 사랑의 온도탑은 83.4℃에 그치면서 11억원이 모자란 상황으로서 전국 평균보다 7.8℃나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은 전년도에도 나눔 목표액 달성이 84%에 그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목표치에 미달한 도시라는 수치스러운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AF)이 지난 달 10일 공개한 2015 세계기부지수(WGI) 순위에서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미얀마가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CAF는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공동으로 전 세계 135개국을 대상으로 기부행동을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1위를 차지한 미얀마는 100점 만점에 66점을 받았는데, 특히 금전기부 참여가 92%로 가장 높았다.
2014년 미국과 함께 공동1위였던 미얀마는 이번에 단독 1위로 올라섰고, 미국(2위)·뉴질랜드(3위)·캐나다(4위)·호주(5위) 등 선진국들이 5위권에 포진했다. 스리랑카(8위), 케냐(11위), 말타(12위), 부탄(17위), 키르기스스탄(18위), 태국(19위) 등 다수의 개발도상국들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그런데 한국은 2013년 45위에서 2014년 60위로 급락하더니, 지난해 64위로 다시 4단계가 떨어져 해마다 하위권으로 처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2대에 걸쳐 400년간 만석꾼을 배출한 경주 최 씨 가문의 감동적인 기부실천 신화를 자랑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이 기부문화가 사라지는 각박한 고장으로 추락할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것은 충격이다. 세계기부지수 순위 1위를 기록한 빈국 미얀마의 경우에서 보듯이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 어떤 핑계도 설득력이 없다. 빌 게이츠·워런 버핏·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적 신흥부호들이 전 재산을 내놓다시피 함으로써 사회의 기부문화를 전 국민에게 확산시켜 국가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하고 있는 미국의 전범을 철저히 본받아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실천을 위한 대구·경북 지역사회 지도층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부문화의 수준은 지역의 미래수준을 가늠케 하는 가장 선명한 척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