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라는 악몽을 겪은 대구시가 이처럼 세계에서 제일 깨끗한 수돗물을 만들기로 한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감동적인 일이다. 대구시가 27일 밝힌 목표 수질검사 항목 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 검사항목 수 163종보다 월등히 많고 부산시의 263종보다도 2가지가 많다. 110가지를 검사하고 있는 미국이나 121가지를 검사하는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된다.
대구시는 올해 조류독소 5종과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류 9종 등 15개 항목을 추가해 원수 수질검사 항목을 현재 190개에서 205개로 늘리고, 정수 수질검사는 200개 항목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신물질 검사 전담팀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는 원수 수질검사 45개 항목, 정수 수질검사 65개 항목을 각각 추가로 확대해 더욱 안전한 수돗물을 생산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올해 시비 6억원, 추경 15억원을 확보해 1,4-다이옥산과 조류독소, 염소화합물 등을 검사할 수 있는 최첨단 수질분석 장비 6대를 구입하고 이를 분석하고 연구할 연구사 5명도 채용한다.
이처럼 대구시가 원수와 정수 수질검사 항목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구미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이 1천318종에 이르고 있고, 이들 유해물질이 낙동강으로 흘러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유해물질 유입 시 대구까지 거리가 46㎞에 불과해 대구 상수도에 심각한 상수도 오염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아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991년 3월14일과 4월22일 구미 공업단지 안의 두산전자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0t과 1.3t의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출된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은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먹는 물 오염에 대한 강력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남겼다.
대구를 `물산업 중심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대구시의 원대한 계획은 `낙동강 페놀 오염`이라는 초대형 횡액과 오명을 반전의 계기로 뒤집어 엎은 성공적인 역발상(逆發想) 정책의 표본이다. 대구시는 지난 연말 물산업클러스터조성 사업(총사업비 3천137억원)과 관련해 올해 국비 985억원을 확보했다. 물산업클러스터가 완공되는 2018년 상반기를 전후해 국내 물산업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군 확보까지 마치면 대구시는 명실상부한 `깨끗한 물`의 도시로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대구의 수돗물을 세계 최고수준의 수질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대구시의 야심찬 정책이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오늘날 `물의 질`은 곧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