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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논란, 총선 코앞 수상한 치킨게임

등록일 2016-02-02 02:01 게재일 2016-02-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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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유아에 대한 보육료를 지원하는 `누리과정 지원`을 놓고 정부여당과 일부 교육감들 사이의 줄다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긴급 기자회견과 브리핑, 현장 방문을 통해 서로의 입장 알리기 여론전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39조의 4호 및 `지방자치단체 교육비특별회계 예산편성 운용에 관한 규칙` 제7조에 유아교육법 상의 교육·보육예산을 시·도교육감이 편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그러나 새해가 되자 지방 일부 교육청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몇몇 시·도에서는 일부라도 편성되었던 누리과정 예산을 야당이 다수인 지방의회에서 전액 삭감하는 야릇한 일까지 발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교육교부금 41조원을 시·도교육청에 전액 지원했는데도 서울시와 경기 교육청 등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교육감들을 향해 “무책임하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다음날인 26일 서울·경기·광주·강원·전북·세종 교육감은 세종시 모처에서 만나 비공개 회담을 갖고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모임이 끝난 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고 그 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교육감들이 의견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에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격으로 보육현장은 대란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원이 끊긴 일부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교사들의 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1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리과정에 대해 “(대통령) 공약이 맞지만, 공약을 안 지킨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 공약에 포함돼 있는 것은 누리과정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교육당국이 협업해서 합심해서 해 나가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작금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뿌리를 캐고 들어가다 보면 교육감 직선제가 안고 있는 태생적인 문제점과 정확하게 맞닿는다. 겉으로만 아닌 척했지, 결국은 정당에 실질적 뿌리를 두고 있는 교육감들에게 갈래가 다른 대통령을 엿먹여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분란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것이다. 20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불거진 어린이들을 볼모로 한 어른들의 전혀 어른답지 못한 치킨게임을 지켜보자니 씁쓸한 탄식이 절로 나온다. 민초들은 숫자로 표시되는 명증한 예산문제를 놓고도 사뭇 딴소리를 해대는 닭싸움 군상들이 참으로 지겹다. 하루빨리 진영논리의 덧셈뺄셈을 종식하고 보육대란을 염려하는 죄 없는 국민들의 근심을 덜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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