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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가 응답할 차례다

등록일 2016-02-15 02:01 게재일 2016-0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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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경제제재를 논의할 무렵, 미국과 일본은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한국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사타진이었다.

2013년 공단이 닫혔다가 재개됐을 때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도 공단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합의조항이 들어갔으니 한국으로서도 난처한 입장이란 것을 미국과 일본도 알고 있으니 조심스러운 제안이었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오금박기`가 이어졌다. “개성공단을 그대로 둔 채 우리에게 대북 제재를 요구할 수 있느냐”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핑계로 개성공단을 물고들어간 것이다. 또 대북 경제제재에 앞장서는 미국도 개성공단의 폐쇄를 점점 강하게 요구하고 “현금 전달이 많은 개성공단을 닫는 대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했다. 일본도 “지난해 1억2천만 달러의 현금이 북에 흘러들어간 공단을 닫지 않고는 대북제재 효과도 적을 것이고, 다른 나라를 설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 했다.

이같은 중·러·미·일의 `겁박`을 두고 청와대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그때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북은 위성이라 주장하지만 사실상 미사일) 발사라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라는 대전제 위에서 꾸준히 참고 기다려왔던 우리로서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은 결코 이란처럼 될 수 없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청와대의 인내도 한계점에 도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외교부가 작성한 성명서 내용을 대폭 뜯어고쳐 `전면 중단`을 단행하게 됐다.

`결단`이 나온 후 곧바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유엔본부를 찾아가 `5자회담`을 소집했다. “그래, 우리는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이제 당신들이 응답할 차례다”란 뜻이고,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응답`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그들로서는 한국의 조치가 놀라울 뿐이었다. 한국이 그렇게 간단히 개성공단 폐쇄를 단행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체질이 워낙 튼튼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손실에는 흔들리지 않지만, 북한으로서는 실로 치명적이라 할만하다. 개성공단의 수익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흘러들어갔는데, 이제 그 일이 주춤할 수밖에 없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한국의 조치 정도의 조치를 6자회담 국가들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를 지낸 바 있는 그는 “개성공단 철수는 한국정부의 가장 높은 조치다. 한국정부는 경제적 이익을 기꺼이 포기했다. 중국 러시아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두 나라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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