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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 죽이는 끔찍한 세상, 대책 마련 시급

등록일 2016-02-17 02:01 게재일 2016-0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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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천인공노할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구고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용달)는 16일 게임을 하러 외출하는데 방해된다며 홀로 키우던 생후 26개월 된 아들을 살해해 기소된 정모(24)씨 파기환송심에서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정 씨는 지난해 3월 7일 경북 구미시 자신의 집에서 PC방에 가려는데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로 아들의 배를 때리고,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살인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5년을, 2심은 돌연사 등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살인부분을 무죄로 보고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적어도 폭행치사 내지는 상해치사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명치 부분을 3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공소내용을 변경했다. 정 씨는 아들의 시신을 한 달여간 방치하다가 쓰레기봉투에 담아 길가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모가 어린 자식 혹은 일가족 모두를 죽이는 참극은 전국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부천에서 7살 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후 시신을 훼손해 냉장고에 3년 넘게 방치한 목사 부모가 붙잡혔다. 같은 달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40대 가장이 일가족 3명을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자신도 아파트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설 며칠 전에는 경기도 부천에서 중학교 1학년짜리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집안에 방치한 목사 아버지와 계모가 경찰에 구속됐다.

15일 경남 고성에서는 부부 불화로 가출한 상태에서 7살 난 친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뒤 5년 동안이나 쉬쉬한 40대 어머니가 상해치사·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자식이 부모를 해치는 사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일은 짐승사회에서도 좀처럼 없는 일이어서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말조차 부끄럽다. 제아무리 도덕이 땅에 떨어진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현상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고 억장이 무너지는 비극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를 별개의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 내지는 부속물로 여기는 그릇된 의식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한다. 비정상적인 가정환경과 버려진 약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미비도 지적된다. 존속살인(부모를 살해한 행위)에 대한 일반형량이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높은데 비해, 비속살인(자식을 살해한 행위)은 별도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물(微物)도 안 하는 끔찍한 짓을 일삼는 참괴한 세태는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당국·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의 근절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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