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내세운 평가기준을 살펴보면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 선연히 드러난다.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가 내세운 낙천·낙선 대상자 평가기준은 `부정부패·비리 사건 주도자 및 주요 실행자`, `민주주의 파괴 및 인권 침해 사건 주도자`, `군사독재 정권의 핵심 부역자`, `주요 민생 입법을 반대한 자`, `노동 민생 정책 개악 주도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하거나 유가족 음해를 주도한 자` 등이다. 한 마디로 보수진영 후보자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네거티브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진보진영이 한데 뭉쳐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선 것에 비해 보수진영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국회 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국회평가는 국회가 지향하는 가치나 기능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대부분 출결·실적 등 근면성 위주로서 총선 홍보용으로 전락해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옥남 바른사회 정치실장은 “국회평가 목적은 국회제도개선이어야지,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진보진영과 마찬가지로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후보자들의 자료를 모으는 등 낙천·낙선 운동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처럼 이념성향이 선명해 중심을 잃고 있는 뭇 시민단체들이 총선을 앞두고 각각 낙천·낙선운동을 준비하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정치이념에 오염된 우리나라 시민운동은 그 뿌리에서부터 전통적인 개념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 다수 시민들의 자발적 결성과 참여가 아닌 특정 명망가가 조직과 운영을 독점하는 특성 때문에 정치권과 쉽게 결탁해 정치무대에 오르는 통로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시민은 없고 운동가만 즐비한` 대한민국의 시민운동은 국민들로부터 절대가치인 `중립성`을 인정받지 못한 지 이미 오래다. 이념성향을 꼭꼭 숨긴 채 품앗이하듯 이름만 걸쳐놓고 스크럼짜고 나선 `양두구육(羊頭狗肉)` 시민운동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유권자들이 정신 차리고 넘어야 할 난관이 자꾸만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