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순경과 황 순경은 지난 15일 흥해읍 옥성리 소재의 H맨션 싱크대 철거 공사현장 일용직 노동자로부터 순금 팔찌와 목걸이 등 약 500만원 상당의 귀금속 습득물을 인수했다. 이 습득물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용화선원` 등이 적힌 메모지가 함께 있었다. 두 순경은 일단 메모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해봤지만 없어진 번호였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200여명이나 되는 동명이인 중 지역이 구분되는 주민번호 뒷자리를 토대로 수십 명을 골라내어 직접 찾아 나섰다.
결국, 두 순경은 해당 습득물이 대구에 거주하는 최모(54)씨 어머니의 것이었고, 최 씨의 모친이 6년 전 치매에 걸려 급히 서울로 이사하면서 챙기지 못한 귀금속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어 지난 17일 자식들에게 인계했다. 더욱이, 메모지에 적힌 `용화선원`은 오랫동안 해외에 머물러온 가족들이 알지 못했던 최 씨 부친의 위패가 안장된 장소로 밝혀졌다. 최 씨 가족들은 잃어버렸던 모친의 유품뿐만 아니라 부친의 위패 안장 위치까지 알게 돼 큰 기쁨을 맛보게 됐다.
지역민들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로부터 9억 원의 뇌물을 받은 권모 전 총경, 권 전 총경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아 챙긴 전직 경위급 김모 씨 등을 기억한다. 조희팔의 범죄수익금 6억 원을 주식으로 은닉한 임모 전 경사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대구지역 경찰 간부 2명이 가짜석유를 몰래 팔다 검찰에 적발돼 망신을 당한 바 있다. 불법 오락실을 운영하는 업주에게 단속정보를 알려주고 뇌물을 받은 대구 A경찰서 이모 경위도 있다.
많은 국민들이 경찰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게 된 것은 그 뿌리가 깊다. 길게는 일제 강점시대의 무자비했던 경찰의 행태에서부터 광복 이후 권위정부시대의 가혹했던 경찰 권력의 횡포가 나쁜 이미지의 근저다. 그러나 이제 경찰직은 젊은이들의 선망이 될 정도로 새로운 위상이 구축되고 있다.
범죄 단속 기능을 넘어서 사소한 일이라도 성의를 다해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정립해갈 것으로 믿는다. 공사 중에 발견한 습득물을 선뜻 경찰에 넘긴 일용직 노동자의 양심적인 행동과 권명철·황효섭 두 순경의 열정적인 근무 자세에서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