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조업어선의 위치를 1일1회 정도 어업정보통신국에 보고토록 하는 부실한 선박안전조업규칙이 이번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어선은 유사 시 위치파악이 어려운 만큼 규칙을 강화해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선박안전조업규칙상 북한인접 해상 등 특정해역은 하루 3회, 조업자제해역은 하루 2회 위치를 알리도록 하는 등 규칙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경북 동해안은 EEZ를 제외한 대부분이 일반해역이어서 대다수 어선들이 하루 한 번 위치를 보고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번 사고는 V-Pass가 보급되지 않은 어선이 갑작스런 조난을 당했을 때 신속한 구조·수색이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해양사고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지난 2011년 1차 V-Pass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3차 사업까지 완료했다. 그러나 이번에 조난당한 동경호는 이달부터 계획된 4차 V-Pass사업의 대상이어서 V-Pass가 아직 설치되지 않아 조기에 행방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포항·경주·영덕·울진 등 경북 동해안의 총 등록어선은 지난해 말 기준 3천103척으로 이 중 18.3%(567척)는 V-Pass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고 직후 조난당한 배의 위치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던 당국은 수색 착수 이틀 반나절만인 3일 낮 12시 22분께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동경호를 찾아냈다.
대개의 어선들은 생계가 우선이다 보니 선박장비의 성능점검을 미루고 악천후에도 조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망망대해에서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선이 불의의 상황에 맞닥트렸을 경우에 찾을 수 있는 구난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 속에서 어민들이 위험 속에 방치돼 있는 꼴이다. 해경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조난 시 자동으로 구조신호를 발신할 수도 있는 V-Pass와 같은 안전장비의 보급을 하루빨리 확대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1일1회 위치보고 규정도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 조업어선 해난사고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