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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할 일과 기계가 할 일

등록일 2016-03-14 02:01 게재일 2016-03-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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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기계의 바둑 대결`은 사람이 할 일과 기계가 할 일을 확연히 구분짓는 계기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개는 사람보다 청각 시각 후각이 엄청 뛰어나지만 사람은 개의 능력을 `이용` 할 뿐이다. 경찰견, 군견, 장애인 도우미, 노인이나 환자 반려견 등으로 사람을 도운다. AI의 능력은 분명 사람을 능가한다. 바둑 뿐 아니고 뛰어난 의료기술, 예술적 능력, 자동차 운전, 외국어 번역과 통역, 신빙성 높은 투자 결정, 그리고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AI가 탄생할 것인데, 그것도 불과 20년 이내의 일이라 한다.

오래전부터 기계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었다. 컴퓨터의 기억력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고 복잡한 자료를 분석 정리하는 능력도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인터넷을 통해 세상의 모든 지식을 검색할 수 있게 된 것도 불과 20여년 전의 일이다. 과거의 교육은 `교과서 암기`를 주로 했으나 이제 그런 `외우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복잡한 계산을 하느라 머리를 혹사시킬 필요도 없다. `전자두뇌`가 사람보다 수백 수천배 더 잘 한다.

수천 가지의 기보(棋譜)와 이세돌 9단의 기풍을 암기해 분석하는 훈련을 쌓은 인공지능이 이세돌을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유한한 인간의 두뇌`와 `무한한 저장력·분석력을 가진 AI`가 대국을 벌였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특히 AI는 이미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으니 기계와 인간의 두뇌경쟁은 마치 `사람과 개의 후각경쟁`이나 다름 없다. 앞으로는 법조인을 많이 양성할 필요가 없을 지 모른다. 6법전서와 판례를 모두 입력시킨 AI가 기소하고 판결하면 가장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고 법원은 다만 `자료 입력`과 `정상참작`만 하면 될 것이다.

이제 힘들게 외국어 공부를 할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이 모든 외국어를 번역·통역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바벨탑의 신화`에 의하면, 하느님이 인간의 오만을 응징하기 위해 `말을 바꾸고 마음을 흩어지게 한 후` 나라마다 언어가 달라졌다는 것인데, 이제 그것이 다시 융합되는 시대가 왔다. 또 AI의사가 인간의사보다 훨씬 뛰어나고 인공지능이 투자결정도 훨씬 잘 하고 언론사의 기사도 잘 작성하고, 전쟁에서도 `AI군인`이 `AI무기`를 조작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시대를 `재앙`이라 할 수는 없다. 그 AI를 조정하는 주인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은 힘든 일을 기계에 맡기고 문화예술을 즐기며 인문학적 영역에서 정신적 풍요를 만끽하면 될 것이다. AI의사가 수명도 많이 늘려줄 것이니 인간은 다만 `즐길 일` 을 찾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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