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과제 선정이나 평가에 있어 관료나 비전문가가 아닌 전문가가 주도해야 한다. 정부예산으로 연구를 지원한다 해서 관리가 간섭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 관리들은 통제하기를 좋아하고, 과학자들은 자율적인 연구를 희구하는데, 정부가 연구비를 쥐고 과학자들을 조종하는 것은 문제다. 정부가 “2~3년 내에 성과를 내놓으라” 강요하면 과학자들은 장기적인 연구과제를 수행할 의욕을 잃고 만다. 그러니 `획기적인 연구`를 시도할 수도 없고, 노벨과학상을 겨냥하는 의지도 사라지고 만다. 그저 눈앞의 앞가림에 급급할 뿐이다.
김빛나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교육부나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사업 상당수가 과학자가 아닌 관료가 일방적으로 주제를 선정한 뒤 발주하는 형태는 문제”라 했고, 정완균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사업 평가단을 구성할 때, 평가 대상자와 같은 대학이나 연구소 출신 과학자들은 능력이 있어도 배제하고 있어 제대로 된 평가가 불가능”하다 했고, 임민성 카이스트 양자공학과장은 “현행 정부 사업 평가 기준이 `성공여부`·`단기 성과`에만 집착해 새로운 연구에 대한 도전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라 했다. R&D 예산 17조원을 집행하는 정부가 이제 “무엇이 노벨과학상으로 가는 길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AI(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폭발적으로 일어나자 정부가 또 이에 부화뇌동한다. 정부 주도로 AI관련 연구소를 설립키로 하고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동참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AI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 가령 삼성전자, LG전자, SK,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은 이미 독자적으로 연구팀을 꾸려 상당 수준의 연구를 진척시키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정부가 주도하고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국책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하니 당혹스러울 뿐이다. 학계와 업계 모두 “정부가 뒷북 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AI분야는 독창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생명인데, 정부 관료들의 경직된 사고방식으로는 곤란하다.
`돈으로 사람을 조종하려는 태도``쓸데 없는 간섭과 통제` `연구의 자율성 훼손`등이 `관료주의의 병폐`로 꼽힌다.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