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은 결코 `사양지심의 대상`이 못 된다.
춘추전국시대 관중과 포숙아는 높은 자리를 두고 서로 양보했다. 그런 일이 드물기 때문에 역사서에 기록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에 그런 우정을 기대할 수 없다. 동기 동창이고 한 반에서 나란히 앉아 공부했던 급우끼리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다투는데, 심지어 “너도 인간이냐”란 막말까지 나온다. 정치권력 앞에서는 부모 형제도 없다는 것은 이미 조선 초기에 증명된 사실이다.
여당은 `준비된 실탄`을 쏘기 시작했다.
“국정 발목을 잡는 반국가세력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핵폭탄 만드는 걸 도와주는 그런 매국적 정당은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 경제회생법·테러방지법·개성공단 등을 두고 한 말이다.
더민주당과 국민의 당은 후보단일화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단일화를 반대하는 분열 획책세력” “통합하자는 낡은 기득권 정치세력”이라는 비난을 서로를 향해 날리고, 호남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두 정당의 다툼은 감정다툼으로 번져간다.
단맛에 길들이면 점점 더 단맛 나는 음식을 찾게되는 것같이 막말·험담에 길들여지면 입이 점점 더 거칠어진다. 그래서 선거 한 번 치르고 나면 `평생원수`가 양산되고, 심지어 형제끼리 갈라서는 일도 생긴다. 이념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비수같은 말들`이 종횡무진 날아다니니 이것이 정치혐오·정치불신을 깊게 만들고 그래서 “점잖은 사람은 정치판에 끼는 것이 아니다”란 말이 명언이 된다.
비록 선거판 막말이라도 한계가 있고 금도가 있는데, 이를 넘어선 망발이 나왔다. 국민의 당 권은희(광주 광산을) 후보가 군복차림에 저격수 용 장갑을 끼고 저격용 장총을 들고 표적을 겨누는 사진 밑에 “박근혜 잡을 저격수, 권은희지 말입니다. 다음은 국보위 너다!”란 글이 적힌 온라인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녀는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출신으로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축소 은폐 수사를 지시했다” 고 고발한 후 새정치민주연합에 들어갔고, 2014년 7월 재보선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했다.
“상관을 고발하고 국회의원 되더니, 이제 대통령을 저격하고 무엇이 되려 하나”란 소리가 나온다. 왕조시대에 `왕을 죽이겠다`하면 9족을 멸할 모반죄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법에는 이를 처벌할 조항이 없다.
`자유과잉`이 도를 넘었다. 북한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안철수 대표가 공식 사과를 했지만, 권씨 본인은 아무 말이 없다. “지지자들이 한 일”이라며 희생양을 만들어놓고 빠져나간다. 이런 망종이 `광주의 딸`이라는데 광주시민이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