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票앞에서는 신념도 자존심도 없다

등록일 2016-04-12 02:01 게재일 2016-04-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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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에서는 표가 염라대왕이다. 새누리당 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 사이에 건곤일척의 `자존심과 신념의 대결`을 펼치며 `항명` `옥새파동`까지 치렀지만 민심이 돌아서자 소신과 자존심 모두 내던지고 무릎 꿇고 “잘못했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만….” 백배사죄를 한다. “더민주당은 경제법안 발목잡기로 자멸할 것”이라 여기면서 여유롭게 총선을 치르겠다는 그 자만심과 `지도부의 균열`이 민심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민심의 향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았던 여론조사도 신뢰성이 별로 없었다. 하루 사이에 지지율이 요동을 치고, 조사기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민심은 조변석개라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선거란 민심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 민심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선거판도 정신없이 흔들린다. 그러니 무조건 무릎 꿇고“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한번만 살려주십시오”석고대죄를 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석고대죄 총선`이라 이름붙일만 하고, 그러니 정치신념이나 소신 같은 것이 발붙일 곳을 잃는다.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일관된 경제정책은 경제민주화이고, 대기업에 족쇄를 채워야 중소기업이 산다는 신념과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표 앞에서는 그 이념도 휘어진다. 광주지역에서 더민주당이 국민의당에 밀리자 별수 없이 `대기업에 러브콜`을 보냈다. “중앙당 차원의 공약으로 삼성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삼성 전장(전자장비)산업 핵심사업부를 광주에 유치하면 5년간 2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 보조금 확대,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각종 세제 지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김 대표의 소신인 `재벌 개혁`과는 정면으로 부딪힌다.

정치권이 기업에 대해 갑질하는 것은 오랜 악습이다. 삼성전자측은 당연히 난색을 표한다. “전장사업은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이며 투자 계획은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연관된 사업을 한 곳에 모아야지, 전장만 광주에 가면 되겠느냐” 한다.

당장 화급하니, 타당성 없는 공약이라도 내놓고 보는 `선거판의 관행`은 마치 `강도 없는데 다리 놓겠다`는 공약이나 진배 없다. 김 대표의 공약에 대해 야권에서도“전두환식 발상”이라 하고 “대기업의 힘을 빌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고 “시시때때로 재벌 때리기에 몰두하더니 선거가 어려워지니 소신을 버린 것이냐” 한다.

이제 유권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철새정치인을 싫어하는 것같이 시시때때로 마음이 변하는 무소신 정치인도 배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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