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선진국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질문에 끈질긴 혼란을 느낀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규모가 1조4천351억 달러로 세계 11위를 마크했으니, 분명히 선진국이라고 스스로 인정해야 맞다. 그러나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이나, 행사장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뒷모습을 돌아보면 고개를 끄덕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골목길에는 함부로 내던진 담배꽁초들이 즐비하고, 행사장은 으레 쓰레기장으로 돌변해 있기 일쑤다.
전국에서 봄꽃이 한 철이다. 만개한 형형색색 봄꽃을 보기 위한 행락객들이 들끓는다. 아마도 5월이 넘도록 꽃의 유혹을 못 이겨 길을 나서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은 악취 나는 어질더분한 쓰레기장으로 바뀌어버린 현장모습에 아연실색하기 십상이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안동 낙동강 봄꽃축제장 역시 행락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더미로 몸살을 앓았다는 소식이다. 봄꽃축제장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악취가 풍기는 쓰레기더미를 목격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행락객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전국에서 다발적으로 개최되는 봄꽃축제 행사장마다 똑같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에는 젓가락과 담뱃갑이 나뒹굴고 먹다 남은 음식물과 쓰레기들로 가득하다는 전언이다. 막무가내로 주차시킨 불법주차 때문에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주차하다가 시비가 붙어 고성이 오가는 모습도 쉽사리 목격된다. 벚꽃놀이를 즐기던 시민들이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혼합해 내버리거나, 무단을 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처럼 시민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 휴양지나 행사장이 연례행사처럼 난장판이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축제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기관·단체 측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점은 국민들 사이에 건전한 `시민의식`이 실종되고 `공동체 의식`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무질서가 이기심과 편의주의가 뒤범벅이 된 행락문화가 빚어내는 부작용인 것이다.
`시민의식`이란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태도 또는 마음의 자세`를 말한다. `시민의식`의 건강성을 떠받치는 것은 `공동체 의식`이다. 공동체 의식은 집단이 구성원 각자의 존엄성을 인정하여야 하듯이, 개인들이 집단의 이익과 조직의 권위를 존중하고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를 말한다. 제아무리 생활이 윤택해지더라도 정신문화가 수준에 맞지 않으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시민의식` 실종현상은 `권리`만 찾고 `의무`는 망각하도록 국민들을 잘못 가르치고 있는 교육수준 미달을 대변한다. 시민의식 고양을 위한 특별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