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지금 “더 겸손하고 더 포용하라”는 원칙 밑에 서야 한다. 공천에서 내쳐져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7명 중 친박은 1명이고 비박은 6명이다. 비박 6명의 복당을 놓고 되느니 안 되느니 하고, 안 되는 이유야 많지만, 지금 당의 입장에서 쌀밥 보리밥을 가릴 때인가. 제1당을 뺏기고 국회의장 자리까지 넘어갈 위기인데, 이유 따지며 논쟁이나 벌일 그런 한가한 상황인가. “우리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살아서 친정에 돌아오니 반갑다”이렇게 품어주면, 얼마나 성숙된 모습인가.
“선거에 지더라도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 “승패에 상관 없이 총선 끝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 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약속대로 물러났지만, “물러나서 오불관언하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란 비난도 듣는다.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당 대표가 정한 `원칙`에 반기를 들고 전략공천으로 내분을 일으켰고, 패배한 지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은데, 그는 아직도 “개혁공천, 지금도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두 지도부의 내분(內紛)이 선거패배의 근본원인인데, 아직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무신경이 놀라울뿐이다.
“유승민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더니, 이한구는 당 대표와 갈등하니, 대구 사람들 왜 이러나” “대통령을 셋이나 낸 대구사람들의 오만이 아니겠는가”이런 쑥덕공론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지도부들이 제각각 `소신`을 주장하며 분열한 것이 참패의 원인이란 것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소신`으로 포장된 `오만`일 뿐이다. 사람을 나무에 올려놓고 밑에서 흔드는 그 악습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나라 정치는 희망이 없다. 그래서 호남에서 두 번 승리한 이정현 의원의 의리가 돋보이는 것이다.
제1당이 된 더민주당, 뜻밖에 많은 의석을 차지한 국민의당, 두 야당이 지금 기세등등하다. 역사교과서 국정을 폐지하자 하고, 세월호법을 들고나온다. 경제·노동 관련 법의 통과는 더 어려워지는데, 여당은 의기소침한 채 언제까지 집안싸움으로 세월을 보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