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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력은 情의 교류에서 쌓인다

등록일 2016-04-21 02:01 게재일 2016-04-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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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한국 한 일간지에 전면광고가 실렸다. 간 나오토 당시 일본 총리 명의였다.“여러분들이 보내주신 한 그릇의 수프와 한 장의 담요가 언 몸과 마음을 녹여주었습니다.…. 여러분이 베풀어주신 따뜻한 마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란 내용이었다. 2만명이 희생된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구조대를 보내고, 성금을 모아준데 대한 감사표시였다. 지난해는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었고, 일본 TV 특집방송에서 한 저널리스트는 “한국은 동일본 대지진때 가정 먼저 구조대와 구조견을 파견한 나라였다. 반일(反日), 반일하지만 유사시엔 “우린 이웃이니까”라는 마음으로 급히 달려와 주는 관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 했다.

그런데 이번 구마모토 연쇄 대지진때는 태도가 전혀 달랐다. 우리정부는 신속대응팀 4명만 파견했다. 그것도 구호가 아닌 `재일 한국인 안전`을 위해서였다. 아베정권이 들어선 후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위안부문제에 대해서는 `문서의 내용`과 `자기 나라에서의 발언`이 달랐다. 문서에는`사과`란 글귀가 있으나 발언에는 진정성이 없었다.“역사를 직시하라”는 국제사회의 충고도 무시했다.

이같은 국제여론이 이번 구마모토 대지진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지진기사에 달려 나오는 댓글은 싸늘할 뿐이다. 못된 짓을 하더니 하늘이 천벌을 내린 것이란 저주도 있었고, 대부분의 댓글이 악담 수준이었다. 급히 구조대를 보내자라든가, 구호성금을 모으자 하는 의견은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밉다면 일본정부가 밉지, 추위에 떨면서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늙은 이재민들이 미울 리는 없다. 어려울때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은 영원한 진리다. 선한 씨를 뿌리면 선한 열매를 맺는 법이다.

입헌군주제였던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1979년 호메이니의 반미혁명에 의해 무너졌다. 주 이란 미국 대사관은 6일간이나 혁명군에 포위됐고 인질극이 벌어졌다. 신정(神政)체제를 구축한 이란은 다시 이라크와의 전쟁을 맞았다. 서방세계는 대 이란 경제제재에 돌입했다. 혁명에, 전쟁에, 경제제재를 맞은 이란은 실로 고립무원이었다. 그러나 그때 이란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은 이 나라를 떠나지 않았다. 어려울때 곁을 지켜주는 친구만큼 고마운 친구가 없다. 그 무렵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이란에는 `서울로`가 만들어졌으며, 이란의 석유를 안정적으로 들여와 오일쇼크를 이겨냈다.

이란 정부는 지금까지도 그 `한국의 정(情)`을 기억하면서 흔쾌히 박근혜 대통령을 국빈 초청했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하고, 다각적인 경제협력이 논의된다. 따뜻한 정의 교류가 외교력을 쌓아가는 요체임을 입증하는 일이다. 일본의 불행에 情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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