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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에 자유를 주라

등록일 2016-04-25 02:01 게재일 2016-04-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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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계열사로 거느리는 구조를 `수직계열화`라 한다. 가령 자동차회사의 경우 철강계열사로부터 차체를, 계열부품사로부터 브레이크·전기장치 등 부품을 공급받는 식이다.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을 `사실상 지배`하기도 하는데 그 중소기업은 타 대기업에 납품할 수 없다. 만약 `종속약속`을 어기고 다른 대기업에 몰래 납품하거나 수출길을 개척하다가 들키면 `납품 물량 줄이기` `단가 후려치기` `납품 중단`이라는 보복을 당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대체로 이렇게 예속적이다. 그러니 독자적 기술을 개발해서 독일이나 일본처럼 `세계적 중소기업`을 이뤄낼 수 없다.

서울대 이창희 교수는 “한국에서 수직계열화의 시대는 끝났다”한다. “대기업에 중소·중견 부품·장비 업체들이 사슬처럼 묶여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에서는 3M같은 다국적 기업은 절대 나올 수 없을 것”이라 했다. 3M은 세계 각지에 납품할 수 있고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계속 연구 개발에 투자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수직계열화는 한국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 유효한 모델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선진국을 추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 주도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달하고 벤처 등 중소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수직계열화로 묶어두면 중소기업의 자생력은 감소되고 성장가능성을 눌러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단가후려치기, 납품물량 감소, 거래중단 등의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 무슨 수로 이익을 남겨 연구 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겠는가. 중소기업의 발전이 대기업의 발전으로 승화되는 기업구조로 만들 때가 됐고 한국의 경제규모로 봐서도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한국은 `대기업은 1류, 부품 업체는 2류`인데 독일과 일본은 `대기업 중소기업 함께 1류`로 나아간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12%나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중견·중소기업을 키우지 못한 탓`이다. 몇 되지 않는 대기업만 바라보니 `대기업은 취업난,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게 된다. 건강한 중견 중소기업이 육성돼 있다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중견기업에도 꿈을 실현시킬 여건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노력들이 다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재매칭`같은 방안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들이 불공정 계약으로 수직계열화를 고착시키려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대기업들이 경쟁사 부품업체로부터도 납품을 받는 교차구매가 활발해지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안정적 일자리가 보장된다면 청년실업과 구인난이 동시에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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