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정권 때는 국제그룹이 문을 닫았고, 노무현정권 때는 대우그룹이 된서리를 맞았다. 잘 굴러가던 대기업들이었다. 박근혜정권에서는 `안 되는 기업들`을 계속 끌고 나가면서 적자를 쌓고 있다. 합리적으로 결정한다면 마땅히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만 그것을 정부가 마음대로 못 한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그 여파(餘波)와 파장이 엄청나고, 대량의 실업자가 나온다. 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당은 `양적 완화` 정책을 내걸고 한국은행법을 바꿔서라도 돈을 풀어보려 했지만, 총선에서 참패하고 보니 동력을 잃었다. 야당은 `실업급여`를 주장하지만 그 재원을 변통할 길이 마땅찮다.
일본 국민들은 `나라 걱정을 할 줄 아는 국민`이다. 집권 자민당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고, 동부지역 원전쓰나미와 최근의 대지진 등으로 아베정권을 흠집낼 수 있지만, 일본 국민은 자민당에 대한 지지를 접지 않는다. 모든 재앙을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는 한국인과는 다르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중시하는 일본국민의 성숙도 때문에 아베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오히려 올라갔다. 아무도 집권당과 정부를 원망하지 않고 고통을 묵묵히 참는다. 재앙을 이용해서 팔자 고쳐보겠다고 날뛰는 세력도 없고,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도 않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4년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더블 A`로 올렸지만 총선 이후 `정치 리스크`를 경고한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여당 참패로 노동개혁과 규제 철폐가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두 야당이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울산·통영 등 조선과 중공업 도시 출신 국회의원들은 구조조정을 반대한다. 노조는 터무니 없는 요구까지 한다.
뜻 있는 야당 의원들은 바른 소리를 한다. 김진표 더민주당 의원은 “야당이 청문회니 특검이니 하는 것은 싸움판을 벌이자는 것”이라며 정부 여당과 머리 맞대고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정치가가 정치공세를 펼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이 정치공방이나 하고 있을 한가한 때가 아니고 두 야당이 주도권 다툼이나 벌이고 있을 여유가 없다. 정치권이 싸움판 벌이는 사이에 나라경제는 무너져 내린다. 국제사회가 이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3당이 `경제우선`의 기치 밑에 모이기는 했지만, `싸움꾼체질` 때문에 합의(合意)는 여전히 어려워서 허송세월이 걱정된다.
삼정(三鼎·다리 셋 달린 솥)은 국가의 상징이다. 가장 안정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3당을 정립하게 만들어준 것도 그런 뜻이다. 우리 국회가 부디 합심해서 경제부터 살려내기를 바란다. 그것이 국민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