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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부패방지법`의 근본취지

등록일 2016-05-12 02:01 게재일 2016-05-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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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있는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는 매년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부패지수를 발표하는데 싱가포르, 호주, 일본이 늘 청렴 국가에 오른다. 부패국가에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중국, 한국 등이 포함된다. 국민소득 1만불 안팎의 부패 후진국들 속에 국민소득 3만불의 한국이 끼어 있다는 것이 여간 창피스럽지 않다. 우리가 3만불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공직 부패 때문이다.

이완구 전 총리가 지난해 2월 총리 취임 후 첫 과업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이를 저지하려는 부패세력들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한`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의 근본 취지는 공직자들의 부패를 척결하는 것인데 법안이 국회에 넘어가면서 `누더기`상태로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령이 입법예고돼 9월 28일부터 시행되게 됐다.

그동안 총선에 정신이 팔려 김영란법이 잠시 잊혀져 있었지만 시행령이 입법예고되자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게 일어난다. 헌법재판소는 위헌적 요소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는데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리면 이 시행령은 그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 헌법학자들의 대체적 의견도`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쪽이다. “별다른 기준 없이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교사, 언론인을 법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평등권 침해 소지가 많다” “언론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헌법의 기본원리”라는 견해다.

2012년 발표됐던 원안은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이해충돌 방지`등 3영역으로 돼 있고, 공직자의 부패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본질이 흐려졌다. 국회의원들이`혼자 죽을 수 없다. 같이 죽자`며 물귀신작전을 벌였고 결국 광범한 민간분야를 규제 대상으로 끌어들였다.

관료마피아·정치마피아는 `입법로비`와 관련돼 있다.`산하기관`을 많이 만들어서`퇴직후 갈 곳`을 마련하고 `한 글자`고치는데 따라 법의 효력이 달라지니 `청탁`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이를 막자는 것이 법의 취지인데 국회의원 자신들은`광범위한 예외 조항`을 만들어서 교묘히 빠져나갔다.`민원 전달 행위`는 예외라는 것이다. 로비·청탁 등을`민원 전달행위`에 포함시키면 국회의원을 처벌할 길이 없다.

뿐만 아니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반부패 정책의 핵심이 되는 조항도 제외됐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의 자녀·친척의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빠져버린 것이다.

뇌물수수 등은 기존의 형법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된 조항을 잔뜩 나열한 `김영란법`을 김영란 자신도 수긍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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