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 상당수 간부공무원들이 시장의 출장 기간 중 열린 민방공 대피훈련에 불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포항시의 한 과장이 만취 상태에서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포항시의회 의원을 무차별 폭행해 입원치료를 받을 만큼 중상을 입히고, 모 국장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빈축을 사는 등의 사태가 이어져 공직기강 문란조짐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14일부터 2박3일 동안 휴일을 이용해 결연관계인 일본 후쿠야마시의 100주년을 맞아 방문단 활동을 한 뒤 16일 오후 귀국했다. 이 시장은 2014년 7월1일 취임 이후 동북아 경제권 개척을 위한 중·러, 국빈 초청된 인도 등에 해외출장을 국한하는 등 그동안 유달리 국외일정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 일정과 공교롭게 맞물린 16일 오후 2시 민방공훈련을 앞두고 포항시의 주요 국·과의 간부들이 상당수 자리를 비웠다.
취재기자가 불과 20분여 동안 시청사 13층부터 9층까지 간부 22명의 자리를 확인한 결과 불과 5명만 업무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시간을 전후해 해병대와 포항시립미술관에서 각각 열린 입영문화축제와 김정재 국회의원 당선자 국가예산연찬회가 열렸으나, 이 자리에 각각 공식 참석한 이재춘 부시장과 정경원 예산법무과장 등 2명을 제외하면 모두 22명 중 15명(68%)이 자리를 비운 셈이다. 오후 1시까지 열린 연찬회에 9명의 과장이 더 참석했지만 일부는 자신의 순서에만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상당수 간부들이 시장의 부재 기간, 국가단위 훈련에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직원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대피훈련을 하기에 바빴다. 특히 이들은 15분여동안 시의회 옆 목재 데크에 집결해 있다가 다시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신속히 업무에 복귀했다. 이를 지켜본 한 간부는 훈련에 과장이 빠진 부서가 유독 많았음을 시인하고 그동안 시장이 해외출장에서 더 엄격한 공직자세를 솔선수범해온 만큼 간부들도 오해를 받을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평하기도 했다.
공무원은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로서 언제든지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공익을 추구하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진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기강이 어떤가에 대한 평가는 곧바로 지역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볼 수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는 강력한 기준이다. 포항시의 간부 공무원들이 술에 취하여 폭행사고를 일으키고, 국가 주도의 민방공 훈련참가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해이한 모습을 보인 일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지역주민의 공복이라는 엄중한 사명을 되새기고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어 더 이상 지역사회의 우려를 덧내는 일이 없기를 권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