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조손(祖孫)간의 소통과 인성교육

등록일 2016-06-02 02:01 게재일 2016-06-02 19면
스크랩버튼
(재)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조부모의 손자녀에 대한 역할 강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조부모 행복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교육은 `경북도내 할매·할배, 손자녀와 통하다`란 주제다. `손자녀 세대 이해하기` `손자녀와 효과적인 관계 맺기` 등 소주제를 놓고 교육이 진행되는데, 이론에 치우친 강의식보다 살습과 사례 위주로 함께 참여하여 대화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가족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유대인들은 아버지가 자식교육을 맡는데,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할아버지가 손주 교육의 주체였다. 을사사화(1545)때 화를 입어 경북 상주에 유배와 있던 이문건은 양아록(養兒錄)을 남겼다. 손자가 태어나 16세가 될때까지 무려 16년간이나 쓴 육아일기였다. “오늘 저 손자를 기쁘게 바라보며, 노년의 내가 아이 크는 모습을 지켜보겠다. 귀양살이 쓸쓸하던 터에 좋은 일이 펼쳐져 나 혼자 술을 따르며 경사스러운 일을 축하한다”로 시작된 육아일기에는“10세나 된 아이가 공부를 게을리하기에 야단을 치고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렸는데, 종일 마음이 아팠다”란 귀절도 있다.

아이 이름은 숙길(淑吉)인데 나중에 이원배로 개명했다.“아비가 병들어 죽자, 이제 겨우 7세인 아이가 서럽게 운다. 죽은 아들과 손자가 너무 가여워 내 눈에 피눈물이 났다” 했고, 아이가 아플때는 며칠 밤을 새우며 돌봤다. 숙길은 잘 교육받고 건강하게 자라 벼슬길에 나가고 임진왜란때는 의병장이 됐다.

지금도 할배·할매가 손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많다. 맞벌이 부부 가정 중 절반 가량이 그렇다. 노부모가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다가 생긴 `손주골병`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예쁘다고 자꾸 안아주다 보니 전신의 관절에 무리가 온 것이고, 밤잠을 설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손주 안 키워보는 것도 복”이란 말까지 생겼다.

요즘에도 손주들이 커가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할배들이 많고, 그것을 책으로 발간하기도 한다. 글과 함께 사진도 찍어 올린다. 은퇴후 작은 농장을 경영하는 박재율(72)씨는 맞벌이하는 두 아들 내외와 직장 다니는 아내를 대신해 10년간이나 손주 4명을 키워낸 육아일기를 책으로 묶어냈는데, 제목은 `할배꽃, 꽃 그늘`이다.

손주를 키운다는 말은 `조부모의 인격이 그대로 손주에게 전해진다`는 뜻이다. 손주들은 은연중 조부모의 인품을 닮아가기 마련이다. 예로부터 조부모들은 손주들에게`글공부`와 함께`인성교육`을 했다. 부모들은 일에 바빠 그 일을 못하지만, 조부모들은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있다. 인성교육은 할배 할매의 몫이 됐다. 이보다 더 보람 있는 `노인일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오피니언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