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경찰서는 지난달 19일 영덕 병곡휴게소 조립식 건물 옆에 있던 80만원 상당의 문짝과 창틀을 훔친 영덕군의원 A씨를 2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더 기막힌 일은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물건을 가져가기로 소유자와 협의한 상태였다”며 혐의를 부인하면서 소유자를 회유하기까지 했다는 진술이 나온 사실이다. 피해자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사전에 협의했다고 진술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사한 일은 또 있었다. 울진군의회 의장이던 B씨는 지난해 5월 울산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하고 나서 화단에 있는 분재용 소나무 한 그루를 훔쳐 물의를 빚었다. 불구속 입건된 그는 사건에 책임을 지고 의장직과 의원직을 모두 사퇴했으며, 작년 8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치인들이 일으키는 물의 중 단골 격인 직권남용 행각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사사로운 이익과 관련된 추태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최근 직권남용 혐의로 대구시의원 C씨와 시 공무원을 불구속 입건했다. C씨는 작년 8월 지인의 장모 D씨가 숨지자 대구시 공무원으로 하여금 시립묘지 위탁관리업체에 압력을 넣어 매장이 금지된 대구시립묘지에 있는 묘를 쓸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 대구 동구의원 E씨는 구청 예산 2천400만원을 들여 자기 땅에 농로와 수로를 개설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봉화군 의원들과 사무과 직원들은 지난 2년간 업무추진비 등으로 고가의 등산복, 상품권을 구매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봉화군 의원들은 또 의원 배지에 한글로 `의회`를 새긴다는 이유로 지난해 금배지를 새로 만들면서 개당 40만원이 드는 순금으로 제작해 예산을 낭비했다. 이들은 99%가 은(銀)이어서 가격이 3만5천원에 불과한 국회의원 배지보다 11배나 비싼 배지를 달고 다니는 셈이다.
잇달아 물의를 빚고 있는 지역의원들의 범법·직권남용 행각은 결코 일부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그렇잖아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를 업신여기는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의 지방 무시관행이 도무지 개선되지 않아 애끓는 마당에 지역의원들이 이래선 안 된다. 일벌백계를 위한 특별한 장치와 엄중한 시민감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