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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어촌 벽지학교 교사 근무환경 일제정비를

등록일 2016-06-09 02:01 게재일 2016-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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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발생한 천인공노할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벽지 학교에 부임해온 새내기 여교사에게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이 학부모와 섬 주민들이라는 사실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인 김광림 의원은 8일 정부당국에 도서 벽지에 근무하는 6천500여명에 이르는 교직원의 근무환경과 유사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대표적 농산어촌 지역으로 손꼽히는 경북에도 여교사들의 안전대책 강화에 비상등이 켜졌다. 그러나 이를 감독해야 할 경상북도교육청 등 관련 기관은 기본적 통계조차 확보가 안 돼 뒤늦게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교사의 안전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교육청 소속 관사는 총 1천188동으로 2천273세대, 거주 교직원은 1천963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각 관사의 거주 인원 수 등 기본사항만 파악한 채 이들의 성별·연령 등 정확한 현황은 물론 관사의 안전시설이나 CCTV 설치 현황에 대한 통계조차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교육청은 사건발생 며칠 뒤에야 부랴부랴 도서벽지 근무자 실태파악을 시작한 상태다. 총 66동의 관사에 239명이 거주하고 있는 울진군의 경우 일부 관사에만 CCTV가 설치돼 있어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봉화군의 경우는 지역 내 초등학교 분교 총 4개교 중 2개교에 여교사와 행정직원이 1명씩 근무 중이지만 읍내와 영주시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영양군의 경우 교육지원청 사택 총 72세대 중 21명, 학교 소속 연립사택 19세대에서는 3명의 여교사가 관사로 이용하고 있다. 울릉군의 경우 울릉초·중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7명의 숙소인 관사 1층에 울릉교육청 자체예산으로 최근 방범창만 설치한 상태다.

사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느라 법석을 떠는 교육당국의 전형적인 뒷북행정 모습은 한심하다. 여교사를 도서벽지에 발령내지 않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전국 초등학교 남자교원 비율이 평균 23.2%밖에 안 되는 현실을 도외시한 단세포적 발상이다. 인사고과 가점이 미끼가 되어 교사들이 산간도서 벽지근무에 내몰리는 교육청 인사시스템은 또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아무리 막돼먹은 세상이지만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를 상대로 어떻게 그악한 몹쓸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세상이 무서울 따름이다. 어느 마을이든 `그림자도 함부로 밟지 않는다`는 미담 속에 교사를 우러러보던 시대는 완전히 사라졌는가. 다시는 끔찍한 비극이 잃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낙도·산간 지역에 근무하는 모든 국가인력에 대한 완벽한 보호환경을 하루속히 조성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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