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예정된 남부권(동남권) 신공항 선정발표를 둘러싸고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 선정 과정의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제기했다.`보이지 않는 손`이란 누가 봐도 청와대 혹은 TK(대구·경북)의 친박 정치인을 지칭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서 시장의 지역이기주의와 문 전 대표의 무분별한 정치 선동행위는 맹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부산지역의 지나친 판 흔들기를 보다 못한 권영진 대구시장·김관용 경북도지사·김기현 울산시장·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4개 시·도 지사들은 14일 경남 밀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부산지역의 도를 넘는 신공항 유치 활동과 무관하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약속대로 반드시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회견에서 4개 시·도 지사들은 남부권 신공항은 정부에서 결정해야 할 국책사업임을 재삼 강조했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서 시장의 터무니없는 의혹제기에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 부산 광복동에서 부산시민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가덕도 신공항 유치 시민궐기대회`를 열어 정부와 국토부를 압박했다. 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부산역에 천막을 치고 신공항대책본부를 발족했으며, 지난 9일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가덕도를 방문하는 등 정치공세로 영남권 분열 조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월19일 대구 수성구 수성호텔에서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들이 `남부권 신공항` 건설 문제와 관련해 발표한 합의를 우리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날 5개 시·도의 지사들은 공동 성명서에서 “정부의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타당성 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유치 경쟁 등을 벌이지 않기로 하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오늘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국 관광객들은 서울관광을 마치고 대구·경주·울산·포항·부산을 가고 싶어도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해 포기하기 일쑤다. 동남권 신공항이 건설돼 외국 관광객들의 다양한 입출국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미래먹거리인 관광산업은 또 다른 기회의 문을 활짝 열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 어떤 경우에도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는 사태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
지난해 초 정부의 용역 결과를 전면 수용하기로 한 신사협정을 어기고, 유언비어를 앞세워 지역민심을 들쑤셔 국론분열을 획책하는 서 시장과 문 전 대표 등의 행동은 즉각 중지돼야 한다.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들은 한시바삐 다시 모여 남부권 신공항과 관련한 지난해 1월의 굳은 약속들을 재천명하라. 일부 지도층의 무책임한 작금 언행은 경기 막판에 이르러서야 심판을 못 믿겠다고 난동을 획책하는 저질 플레이와 무엇이 다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