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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신문의 존재가치는 확고하다

등록일 2016-06-23 02:01 게재일 2016-06-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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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6주년에 부쳐

본지가 이 땅에 태어난지 26주년이 된다.

경북 지방신문의 맏형으로, 이 지역의 대표적 대변지로서의 위상을 굳히며 어느새 26살의 헌헌장부가 되었다. 정치적으로 중앙집권체제에서 지방자치로 전환하면서 지역신문의 존재가치는 한결 높아졌다. 지역의 다양하고 특징적인 여론을 효율적으로 반영함에 있어 지방신문은 필수불가결의 존재가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종편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지방신문은 그 명맥이 끊어졌지만 한국은 상황이 달랐다.“지방자치시대의 지역신문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고 `중앙언론`과 `지역언론`의 차이점과 특성을 명료히 정립해오고 있다.

그러나 작금 지방신문은 모든 권한의 중앙집중화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치를 비롯 돈과 경제력, 중앙정부의 권한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언론이 그 후유증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실정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언론의 지방 물량공세까지 겹쳐져 존립이 염려되는 지경에 다달았다. 정부와 국회도 그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지역신문 발전 지원 특별법`을 만들었고 그 법에 근거해서`지역신문 발전 기금`을 책정하고 매년 `경쟁력 있고 견실한 지방신문`을 심의해서 지원하고 있다.

국회가 이 법의 시효만기에 돌아오자 지원금 지급을 6년 연장하는 결정을 한 것은 지방신문의 존재가치가 그만큼 중대하다는 것을 입증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의 발전과 지역언론은 수레의 앞뒤 바퀴에 다름아닐 것이다. 궤를 같이할 때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

다만, 근래에 들어 지방신문에 대한 일련의 정부 조치들이 염려스럽다.`지역신문 발전기금`을`언론진흥기금`에 통합하려는 시도는 그 단적인 예다. 지금, 지역언론은 지금 지역경제의 부침으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지역과 지역언론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기 귀울여 주길 당부한다.

“한국인의 독서량은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살기에 바빠서` `가난을 벗기 바빠서`라는 구실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 생활이 가능하게 됐는데도 독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멀다. 이런 상황에서 종이신문의 중요성은 더 뚜렷해진다. 신문만 꼼꼼히 읽어도 모자라는 독서량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학입학 수험생에게는 신문의 칼럼 에세이 평론 사설 등이`논술시험의 길잡이`가 된다. 기업체의 입사 면접시험에서도 시사(時事)를 묻는 질문이 잘 나오기 때문에 `신문읽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또한 신문읽기는 은퇴한 고령층에게 유익한 소일거리가 되어준다. 노인들을 일컬어 `세상물정 모르는 뒷방늙은이`라 하는데 신문을 꾸준히 읽는 노인은 그런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

신문은 `시사와 함께 종합적인 정보와 교양을 제공하는 매체`로 평가받는다. 영상매체는 `시간의 제약`을 심하게 받지만 신문은 그 한계를 뛰어넘는 깊이를 준다. 일각에선 신문을 두고 `치매 예방약`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신문을 열심히 읽고 생각을 깊이 하는 노인에게는 치매가 덤비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상문화가 발전하면 활자문화가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반발전`을 한다는 분석이 정확하다. `목판인쇄`가 새로이 각광을 받으면서 유네스코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지금이고 경북도는 `삼국유사` 목판을 새로 복원하는 중이다.

조선시대 금속활자 `갑인자`는 구텐베르크에 앞선다. 우리나라의 활자문화는 세계 최고란 것을 유네스코가 입증했다. 그것은 “한국인은 인쇄문화에 관한 한 높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것을 말한다. 그 인쇄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이 `종이신문`인 것이다.

일본에서 한 할머니가 시를 지어 세계 독서계를 뒤흔든 적이 있었다. 그 할머니는 졸지에 `문단재벌`이 되어 행복한 여생을 보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신문 읽기의 효과였다. 창간 26주년을 맞아 본지는 신문 사명과 본연의 책임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칠곡군에서는 `할머니 시집`이 출간되고 경주 등 여러 지역에서 `할머니 시인`들이 배출된다. 글을 전문으로 하던 분들이 아니고 이제 겨우 한글을 깨우치신 노인들이다. 시란 별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문자로 표시하는 것이다. 그 진솔한 발언이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첫 아들을 낳고 어찌나 좋은지 아이 씻은 물도 버리지 않으려 했다”는 칠곡 한 할머니의 글은 어느 전문 시인의 작품보다 큰 울림을 줬다. 문학이 이제`전문 문학인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다. 본지는 오래전부터 이 점을 유념해 왔다. 작은 문화라도 지역 공동체 번영 차원에서 접근, 그 뜻을 함께 할 것이다.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경북도민의 품으로 돌아온지 석달을 넘어섰다. 1966년 경북도청이 포정동에서 대구 산격동으로 이전하던 해, 1인당 국민소득은 131달러에 불과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세계최빈국 중의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바라보는 기적 같은 성공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 과정에서 경북은 당당한 주역이었다.

포항 철강공단과 구미 전자공단, 희망의 녹색 깃발 새마을운동이 이를 증거한다. 경북정신 또한 신라의 화랑·조선의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속의 한국정신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청 이전은 단순히 청사를 옮겨가는 차원이 아니다. 경북의 역사와 문화, 경북인의 정신과 혼이 함께 가는 역사적 과업이자 새 경북의 출발 신호탄이다.

창간 26주년을 맞아 본지는 더 큰 `꿈`을 가꾸려 한다. 지방의 종이신문이 `인동초 같은 생명력`을 갖춰서 `겨울에도 파란 잎`을 견지하려 한다. 독자들의 애정어린 성원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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