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의 10년여 숙원인 남부권신공항(영남권신공항) 건설이 무산돼 지역민들이 허탈감에 빠진 시점에 국토교통부가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져 분별없는 행정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호남에 연고를 둔 정치인들이 잇달아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장담하고 나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분기에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머지않아 광주전남과 전북에서도 지역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돈다.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새만금 국제공항의 수요와 사업 시기 등을 분석하는 타당성 조사를 올 10월께 시작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오는 2019년까지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한 후 오는 2020년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호남에 연고를 둔 여야 정치인들이 앞 다투어 나서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 경선에 나선 추미애 의원은 지난달 27일 전북 전주를 찾아 “당 대표가 되면 새만금 신공항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여당인 새누리당 정운천(전주을) 의원도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새만금 국제공항은 광역도시 간 경쟁이 아닌 전북도 안에서 부지가 선정되는 만큼 최적의 부지를 결정하면 된다”며 부지선정으로 논란을 빚은 영남권 신공항과의 차별성까지 주장했다.
새만금 신공항 문제는 전북과 전남의 여론이 맞서고 있어서 영남권 신공항 논란과 똑 닮은꼴이다.
전남 지역에서는 새만금 신공항 구상에 반발하며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의 통합 운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 상황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과도 전혀 맞지 않는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마디로 나라 말아먹을 행태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4일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대구 동구갑)의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영남권신공항 백지화의 이유에 대해 “가장 큰 것은 비용”이라고 밝혔다. 고작 4억 달러를 아끼느라고 밀양신공항을 포기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계획을 바꿨다는 총리의 답변은 어이가 없다. 황 총리의 비용절감 논리는 지리적으로 인천·김포공항과 가까운 새만금공항 건설 명분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미래가치 확산,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국토부와 정치권이 남부권신공항과 새만금신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생채기에 다시 소금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 강주열 위원장의 “미래를 전혀 고민하지 않는 국토부에 더이상 기대도 미련도 없다”는 말에 지역민들의 절망이 서려 있다.